창원시, 문학탐방 코스 개발 계획에 이름 올려…"정책 잘못"질타 목소리

창원시가 동요 '고향의 봄' 이원수 작가와 관련한 탐방로 개발을 계획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친일행적이 있는 이를 관광 상품화해 간접적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창원시는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 아동문학가 이원수, 시인 김달진 등 창원시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문인의 자취를 따라 걷는 '문학탐방 코스 조성' 계획을 3일 밝혔다.

시는 국문학과 교수·여행작가·관광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올 상반기 안에 문학탐방 코스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2코스 주제 인물인 이원수 작가 친일행적에 대한 지적이 수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조선금융연합조직회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1942년과 1943년 사이 집중적으로 학도병 지원을 찬양하는 등의 동시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이원수는 2008년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원수 기념사업으로 말미암아 친일논란은 이어져 왔다. 2002년 서상동 고향의 봄 도서관 개장을 비롯해 2011년에는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당시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이때 '친일작가 이원수 기념사업 저지 창원시민 대책위원회'가 기념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씨 둘째 딸인 이정옥 씨가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며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논란은 이번 탐방로 개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당시 기념사업을 반대했던 김대하(45) 창원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이원수라는 사람은 아동문학 발전에 대한 공이 있지만 '친일'이라는 과오도 있다"며 "최치원이나 김달진 탐방로를 조성하면서 끼워넣기 식으로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논란이 있을 만한 사안은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적도 있다. 창원시가 계획하고 있는 탐방로 3코스를 살펴보면, 진해구 소사동 김달진문학관을 출발해 주기철 목사 기념관으로 이어진다. 주 목사는 1937년부터 신사참배에 정면으로 저항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제의 지독한 감시와 탄압에 시달리다 1944년 건강 악화로 운명했다.

박태일 경남대 국문과 교수는 "국민 세금이 잘못 쓰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친일행적이 있는 인물과 주 목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원수 말고도 우리 지역에 기념할 만한 인물이 많다"며 "시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동요 '고향의 봄'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원수가 논란이 있는 인물인 것은 안다"며 "그런 것을 감안해 사람 이원수가 아니라 널리 알려진 문학을 주제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탐방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획 단계이기 때문에 여론과 안 맞는 부분은 의견을 수렴해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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