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토문학동인 11번째 동인집 〈통일, 안녕하십니까〉 발간

1990년 마산·창원지역 노동 시인을 중심으로 출발해 현재는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객토문학동인'이 열한 번째 동인집을 발간했다.

이번 주제는 '통일'이다. 동인은 "분단의 현실이 이 땅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면서 "그래서 머리를 모아 현실적인, 나아가 실현 가능한 통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과연 우리 민족 스스로 통일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하자고 한다 해서 통일이 가능한 것인지, 통일이 되면 진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통일에 대한 의문과 회의는 수도 없이 많다.

동인은 11집 <통일, 안녕하십니까>(갈무리)에 가슴만 울컥하는 감상적인 통일이 아닌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통일시, 딱딱한 구호가 아닌 우리 삶에 바탕한 통일시를 담고자 했다.

이를테면 장인숙 시인은 표제시 '통일, 안녕하십니까'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객토동인지에서 통일, 안녕하십니까?/원고청탁이 들어왔다/아침 혼자 먹고 점심 혼자 먹고/이 봄날/남자는 거실 텔레비전과 함께/여자는 라면 끓여주고/혼자 안방에서 휴대폰을 만졌다가/컴퓨터 앞에서 남의 꽃구경 이야기를 읽고/부러웠다가 안방과 거실 열댓 발/남과 북처럼 멀지도 않은 그곳엔 벽이 있다/사시사철 발 벗은 여자와/철조망 치고 앉은 남자가 있다/무너지지 않고 있다/22년간 밥해 먹이고/옷가지 공손히 보필하여도/통일은 커녕 가시나무 더 단단해지고 있다."

개개인 일상에서조차 통일은커녕 단절과 고립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남과 북의 통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현실에서 '통일'은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장벽을 더 굳건하게 세우는 데 쓰이기도 한다.

문영규 시인은 '통일은 대박'이라 말하는 권력자가 사실 원하는 것은 "돈의 통일"일 뿐이라고 일갈하고, 노민영 시인은 '통일은 노리개가 아니다'라는 시에서 "견제와 명분을 버무린 통일의 탈/핏줄은 밀고 당기는 거래나/민심전환의 노리개가 아니"라며 "왕래가 빗발치는 삶의 전쟁터에서/함께 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외친다.

객토문학동인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현실 참여적인 동인집 11권과 2권의 기획시집을 내왔다.

2011년 비정규직 노동, 불안정 노동 문제를 집중해서 다룬 <각하께서 이르기를>과 2012년 자본주의와 생명의 문제를 고민한 <소>에 이어 지난해는 밀양 송전탑,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투쟁 등 '탑'을 저항의 상징으로 노래한 <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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