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 속 무리한 운행 요구가 화 불렀다…창원시, 폭우에도 운행 요청에 노선우회 강행 결국 사고

엄청난 폭우에 산사태마저 나 기존 노선을 이탈했다가 급류에 휩쓸린 71번 시내버스 운행을 두고 긴급재난 시 버스 운행 여부를 탄력적으로 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버스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상 상태임에도 무리하게 운행을 독려하다 인명 피해를 낳았다는 것이다. 반면 창원시는 폭우 속에 시민의 발인 버스 운행을 멈추는 것은 도시 기능 자체를 마비시킬 우려가 있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태도다.

지난 25일 사고가 난 71번 버스는 창원에 폭우가 쏟아지던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운행을 했다. 특히 주요 구간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일대에는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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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저녁 7시 20분께 인양 중인 71번 시내버스./김구연 기자

노선 중간에 침수와 산사태로 도로 기능이 마비된 구간이 많았다. 이 점에 비춰 버스가 무리한 운행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장 버스 기사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예견된 인재'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악천후 속에서도 회사 이익을 위해 어떻게든 배차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운행에 대한 판단까지 전적으로 버스기사가 맡아야 하는 열악한 노동 조건이 근원적 문제라는 인식이다.

한 시내버스 운전 기사는 "기사는 절대 노선을 임의 이탈할 수 없다. 법령상 운행 계통 위반으로 회사는 행정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기사는 과태료 100만 원에 징계·해고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71번 기사는 회사에 통신 지시 여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럴 경우 회사는 대개 '알아서 해라'는 지시를 내려 운행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기사에게 맡기게 된다. 기사는 운행해도 문책을 받고, 안 해도 문책을 받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운행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법적으로 악천후 시 감속 운행해야 함에도 이러면 회사가 짜놓은 배차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기사들은 정속 주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결국 이번 사고도 버스 회사 이익에 충실하려다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71번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교각에 걸린 사고 지점(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마을 입구)을 26일 다시 찾아가봤다. 물이 많이 빠져 수위가 낮아진 덕곡천과 급류에 휩쓸리기 전에 버스가 운행했던 농로가 드러나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또 다른 기사는 자연재해 시 버스 운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사고 당일 같은 기상 상태면 버스 회사나 창원시가 노선 상황을 감지하고 운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하지만, 회사도 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고는 기사 개인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이 책임을 지게 했다면 위험을 더욱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고가 난 71번은 노선전담제 버스로 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면서 "이런 노선은 운행을 안 하면 행정 당국 제재가 더욱 크다. 회사는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기사에게 책임을 많이 전가하게 되고 결국 기사 한 사람의 개인적 판단에 승객 다수 안전이 좌우된다. 그러니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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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창원시는 이날 폭우 속에서도 버스 운행을 멈추지 말 것을 버스 회사에 요청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폭우로 도로 사정이 악화한 상태에서 버스 운행마저 멈춰버리면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로서는 더 큰 혼란과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특히 71번 같은 농어촌 노선은 하루 한 대 또는 두세 대꼴로 편성돼 한 번이라도 결행하면 이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기에 더욱 멈출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처럼 대중교통 조정에 관한 결정은 '도시 기능 마비'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대한 결정 사안이라 결코 함부로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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