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에 경고

"대안이 없다." 화석연료 감축과 핵발전소(원전) 폐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대론자들이 꺼내 드는 논리이자 무기다.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영구적인 수단으로 평가되는 태양열·풍력 등 이른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반론도 물론 준비돼 있다.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아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과연 진실일까.

독일 다름슈타트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마리우스 다네베르크를 비롯한 독일 에너지 전문가 4인이 공동 집필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생가능에너지>(이하 재생가능에너지)는 책을 집었을 때 '첫 느낌'과 달리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무조건 옳다고, 장밋빛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부 재생가능에너지는 비경제적인 것이 사실이며 '친환경'이라는 통념과 달리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한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치밀하고 집요한 현실 진단과 대안 모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태양광발전에 불가피하게 필요한 규소를 덜 사용하거나 완전히 다른 반도체 물질로 대체할 방법은 없는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지진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지열발전의 안전성과 효율을 보완할 수는 없을까? 책은 환경 파괴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수력발전이, 거대한 댐과 저수조가 필요 없는 친환경적인 소형 수력발전 건설을 통해 거듭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한마디로 비교된다. 쪽팔린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커녕 어떻게 하면 화석연료와 핵발전 중심 체제를 영속시켜 나갈까 '발악'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다른 나라는 상상도 못할 만큼 멀찍이 전진해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한편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2014년 4월 현재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발전 설비 용량은 78.1GW로 석탄과 핵발전 설비 용량 59.7GW를 넘어섰다. 우리는 외려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23기에 6~8기를 추가로 건설한단다. 폐기물을 포함하지 않는 유럽 기준을 따랐을 때,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발전량은 1%도 채 안 된다.

핵발전도 물론 장점이 있다. 갈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저하게 적다. 하지만 핵에너지 획득을 위한 필수 재료인 우라늄은 앞으로 70년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상당 기간 방사능을 지닐 수밖에 없는 사용 후 핵연료, 방사성 폐기물 최종 처리 문제는 여전히 아무런 대안이 없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그저 장점이 좀 많은 제3의 대안이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인구와 에너지 소비 증가, 화석연료 고갈, 기후 보호, 그리고 핵발전의 위험성 등을 거론하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활용 확대가 필연적 대세임을 분명히 한다. 에너지 효율과 절약, 공급 영역에서 '혁신'만 일어난다면 21세기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시대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독일에서 시행 중인 '재생가능에너지법', '재생가능에너지열법' 등은 이런 도도한 흐름에 대비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 법령들이다.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인 타워형 태양열발전소는 중앙 탑 주위로 일광 반사장치인 헬리오스탯을 여러 개 배치한다. 사진은 율리히에 세워진 독일 최대 타워형 태양열발전소의 헬리오스탯들.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정부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태양광발전 설비 확대에 큰 기여를 해온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지난 2012년 폐지한 바 있다. 핵발전소는 1기당 수조 원씩 퍼부어 잘도 쌓아 올리면서,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예산에는 '짠물 수비'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업자들과 소형 설비에 대한 개인 투자 가능성은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성, 친환경성 '조작'에는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이미지 홍보에는 단돈 1억 원(2014년 기준)도 쓰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절약' 홍보비 1억 원에 일부 포함된 예산일 뿐이다. 책을 번역한 박진희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의 지적대로 일반인들은 재생가능에너지 기술 실상에 대한 정보를 접하려야 접할 수가 없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사람도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종류와 원리, 장단점은 물론이고 최신 연구 결과와 과제까지 세세하게 담아 개론서나 '마스터북' 어느 쪽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총천연색 사진과 인포그래픽은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설명·용어가 일부 등장하지만 큰 시야에서 '그러려니' 읽고 넘어가면 될 듯하다.

노후 원전 폐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짓밟힌 어르신들의 모습에 가슴 아팠던 분들, 대안은 있다.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는 '에너지 마피아'들,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관료와 관련 기업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경고 신호가 끊이지 않음에도 아무런 실천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무기력한 여야 정치권에 제대로 맞서려면 앎을 쌓는 투쟁이 절실하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분명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192쪽, 다섯수레, 2만 68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