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보물단지] (3)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Jinju'

<Humans Of Jinju>는 진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전하는 온라인 페이스북 페이지다. 지난해 12월 24일 첫 포스팅 후, 이제 딱 5개월이 지났다. 3개월 만에 좋아요 1만 회를 기록했다. 게시되는 즉시 '좋아요' 클릭 수가 급증하고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린다. 게시물당 도달수는 최소 5000에서 최대 8만~10만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1은 해외 유저들이다.

<Humans Of Jinju>에서는 거리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때로는 아주 매력적인 여자가 주인공이거나 때로는 세 명의 임신부들, 쌍둥이 아이들, 외출 나온 어머니와 딸이 게시된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음은 물론이고 제각각의 사정이 다른 사람들이다. 취업준비생, 바리스타, 원어민 강사,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사람, 진주에 출장 온 사람 등….

특별히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누구나, 진주에 살고 있는 아니 진주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진주라는 현 장소에 머무르는 모든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다.

Humans Of Jinju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모습. 5개월째인 지금까지 약 300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Humans Of Jinju

<Humans Of Jinju>(이하 HOJ)를 기획·총괄하는 이는 김재희(38·코리아 드라마페스티벌 홍보팀장) 씨다.

"2010년 여름 뉴욕에서 <Humans Of Newyork>이 시작됐는데 그 영향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Humans Of 도시, 대학>프로젝트가 진행되더라고요. 진주에서도 하고 싶었는데 쉽게 기회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김기종 씨를 알게 되면서 그 다음부터 바로 HOJ를 시작하게 된 거지요."

매회 게시물은 아주 단순하다. 단지 거리에서 만난 사람의 사진과 몇 줄의 짧은 대화 내용으로 이뤄진다.

굳이 이름이나 나이, 학력 등 시시콜콜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왜 이 사람이 지금 이 장소에 있는지를 밝혀주는 정도다. 인터뷰 내용은 영문으로도 동시 번역하여 게재한다.

김재희 씨

현재 HOJ는 재희 씨 외 김기종(34·사진가), 장재옥(52), 정희석(40·그래픽디자이너) 씨 이렇게 네 사람이 참여, 진행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생업을 가지고 있다.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해 올리는 장재옥 씨는 진주시 명석면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 살고 있다. 재희 씨는 매일 매일의 작업이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는 김기종 씨는 HOJ를 시작한 이후 '길거리 사진가'가 되었다.

"길에서 무작정 섭외를 해야 하니 3개월 동안 뿌린 명함이 10통 이상입니다."

김기종 씨

하루에 10장 이상의 명함을 쓴다는 이야기다. 명함 뒤에는 커피 쿠폰 도장이 찍혀 있어 기종 씨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오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일단 인사를 나눈 사람한테는 무조건 명함을 준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갑자기 사진도 찍고 인터뷰를 하자면 쉽게 응하지 않는 탓이다. 현장에서 겪는 기종 씨만의 곤혹스러움이다.

"다들 슬슬 피하며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더욱 꺼리지요. 외모가 아주 뛰어난 몇 사람 외에는…."

장재옥 씨

지금까지 HOJ에서 포스팅한 인터뷰이는 300명 정도이다. 하루에 2명 이상 인터뷰 작업을 했다는 뜻이다. 1년이면 700명이 넘고, 3년이면 2500명 가까이 될 것이다. 인터뷰는 이뤄졌지만 포스팅을 하지 않은 인물은 지금까지 50명 정도다. 내용이 너무 가볍거나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쉬운 인터뷰는 아예 편집할 때부터 배제했다고 말한다.

"뜻하지 않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는 '공룡알 아저씨' 게시물이었어요. 진주 시내에서 '공룡알'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붙인 빵을 구워 파는 아저씨가 있는데 포스팅을 하자마자 여기에 얽힌 추억들과 함께 유저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순식간에 '공룡알'은 대박상품이 됐고요. HOJ 최대 수혜자죠."

정희석 씨

HOJ는 <Humans Of 도시, 대학> 프로젝트를 엮어놓은 글로벌 페이스북 페이지 '지구라는 행성의 인류(Humans of Planet Earth)'에도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또 오는 7월이면 HOJ를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다. 계간 <Humans Of Jinju>로 발간할 예정이다.

"시작을 페이스북 페이지로 했지만 처음부터 홈페이지/월간 인쇄물까지 범위를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HOJ 작업을 보고 마침 진주시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일부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앞으로 전체 제작비 중 인쇄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간지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정희석 씨가 전반적으로 진행할 거고요."

Humans Of Jinju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Jinju

계간 <Humans Of Jinju>는 7월 초 봄/여름호를 시작으로 10월 초 가을/겨울호까지, 올해는 두 번 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경남서부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20대 젊은 사진작가를 더 모집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주 사람들을 담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경남 사람들을 기록하고 경남을 알려나가는 것으로 확대할 수도 있고요. Humans Of Gyeongnam이겠지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