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호남권 평이…경부울은 각양각색

6·4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의원과 교육감, 단체장을 동시에 뽑는 지방선거는 그 자체로 지역의 대형 이벤트다. 후보와 후보진영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출판기념회나 의정보고회 등이 연일 열린다.

지역신문도 바빠졌다.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은 예비후보들의 활동과 주장으로 주요지면을 채우고 있으며 취재팀을 구성하거나 기획기사를 실으며 선거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때문에 언론계에선 이를 '선거 특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보들의 광고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보도를 통한 매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신문들은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려 애쓴다. 뿐만 아니라 어떤 방향에서 보도할지도 고민한다. 현 시점에서 지방자치나 지역발전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바람직한 지역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인데 그래서 나오는 것이 선거보도 슬로건이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슬로건은 보도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고, 경쟁매체와의 선거보도전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도 있다. 그래서 편집국장이나 담당 데스크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요즘이다.

그렇다면 이번 6·4지방선거에 임하는 지역신문들의 슬로건은 어떨까?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일간신문 중에서 이번 지방선거 보도에 슬로건을 정해 보도하고 있는 38개 일간지를 알아봤다.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은 6·4지방선거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 예비후보들의 '출사표'를 싣기도 하고 주요후보들의 일정을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내건 슬로건은 평범했다. 특히 대구·경북권과 호남권의 경우가 심했는데 대부분 슬로건이 단순했다. 이 지역 조사대상 16개 일간지 중에 14개 일간지가 마치 사전에 통일이라도 한 것처럼 '6·4지방선거'를 사용해 관련기사를 묶었다. '6·4지방선거 정책선거로'라고 내건 <무등일보>와 '새판으로 가는 단체장 선거'를 슬로건으로 뽑은 <전북일보> 정도가 달랐다. 양 지역의 정치적 성향은 극단적으로 갈리나, 특정 정당에 대한 전통적인 지지율이 높아 대체로 변화에 덜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지역이다.

재밌는 것은 경기권과 충청권 지역신문의 슬로건도 비슷했는데 '6·4지방선거'와 '선택 6·4지방선거'라는 두 종류를 비슷한 비율로 '선택'하고 있었다. 두 지역은 수도권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지역일간지 중에서 눈에 띄는 슬로건은 <강원도민일보>의 '新갑오개혁 선택 6·4지선'이었다. <강원도민일보>는 2014연중기획으로 강원도를 새롭게 하자는 '新갑오개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지방선거보도를 기획하고 있었다.

지역적 색채는 강원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타 지역에서 사용하지 않는 '지선(지방선거의 줄임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청주에 본사가 있는 <충청투데이> 경우도 '지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충청투데이>는 강원권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신문사다.

대부분의 지역이 지역적 유사성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지역 일간지들은 각 사별로 나눠졌다.

<경남도민일보>는 '유권자가 갑이다'라는 지방선거보도 슬로건을 내걸었고, <경남신문>은 68주년 기획으로 '내고장 일꾼, 제대로 뽑자'라는 틀에서 기사를 기획했다. 부산지역의 <국제신문>은 지역대학과 공동으로 '지방독립시대를 열자'라는 연속기획보도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이수경 지방선거취재본부장은 "선거 때는 후보자가 '을', 유권자가 '갑'이었다가 당선만 되면 갑을관계가 역전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취지에서 '유권자가 갑이다'라고 정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일간지의 6·4지방선거 보도 슬로건은 다양한데 이것이 다만 의제설정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민일보>의 진종인 정치부장은 "강원도를 바꾸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기획인데 기자들이 현상을 전달하기보다는 해설과 분석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만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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