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지휘자 공모에 시향 단원들 "말도 안된다"…노조 "가능한 A급 인물 없어"

창원시가 지난 12일까지 창원시립교향악단 신임 지휘자 응시원서 접수를 마감한 가운데 12명의 지원자 중 적임자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 공모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자격 조건은 '연 200일 이상 상시근무가 가능한 지휘자'다. 전임 정치용 지휘자가 100일 근무, 10회 공연 조건으로 계약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창원시 문화관광과 심재욱 예술계장은 이에 대해 "단원 화합"을 그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으나 좀 더 오랜 시간 단원들과 호흡하면서 연주 역량을 강화하고 시향을 매끄럽게 이끌 수 있는 지휘자를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단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향 소속의 이현자 민주노총 일반노조 창원시립예술단 지회장은 "지휘자에게 화합을 이끄는 최고의 무기는 실력"이라며 "매일 출퇴근하는 지휘자가 단원들을 통제하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지휘자가 단원들을 통솔할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또 "단원들을 매일 통솔하는 상근 부지휘자가 엄연히 있다"며 지휘자와 부지휘자의 역할 분담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는 단협에 따라 지난 13일 시로부터 신임 지휘자 지원자 명단을 받고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노조 측은 비슷한 규모의 타 시와 비교해 창원시향 수준에 걸맞은 적임자가 없으니 특별채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시에 보냈다.

이현자 지회장은 "연 200일 이상 상시근무가 가능한 A급 지휘자는 사실상 없다. 담당자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며 "몰랐다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재욱 시 예술계장은 이에 대해 "상시근무가 가능한 A급 지휘자가 공개 채용에 지원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통상적인 경우 A급 지휘자는 특별채용 형태로 선임된다. 국내외를 오가며 각종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등의 형태로 지휘를 하는 수석지휘자는, 앞서 정치용 지휘자의 경우처럼 소속 교향악단에서 연 10~15회 정도 지휘를 하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 부지휘자가 상근자 형태로 단원들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윤두현 클라리넷 부수석은 17일 <경남도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부산시향의 경우 수석 지휘자는 연간 15회 연주 횟수로 계약을 한다. 메이저급 지휘자를 영입하고자 하면서, 200일을 상근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건 의도와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연간 40회 공연 중 15회 공연을 수석지휘자가 이끌고, 나머지 공연은 객원 지휘자와 부지휘자가 책임진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경우도 수석지휘자가 연간 10회 지휘를 한다. 다만 매 공연 때 10일 이상 대구에 머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창원시는 조만간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신임 지휘자를 뽑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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