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창원공장 '프리마' 27개국 수출 비결은

커피 고유의 특징적인 맛인 쓴맛, 신맛, 떫은 맛을 완화하고자 개발된 제품이 '커피크리머'다. 그런데 '커피크리머'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프리마'라고 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974년 동서식품(주)(대표 이창환)이 '프리마'라는 상품명으로 국내에서 처음 커피크리머를 선보였는데, 인기를 얻으면서 프리마가 우리나라에서 커피크리머를 뜻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이 '프리마'를 생산하는 곳이 바로 경남에 있다. 동서식품 창원공장(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이다.

동서식품 창원공장에서는 커피 제품과 프리마를 제조하고 있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전량 내수용이며, 동서식품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커피 제품은 맥심 아라비카, 맥심 모카골드, 맥심 디카페인, 맥심 화이트골드, 맥심 오리지널 등 인스턴트 커피다. 국내에서 가장 판매량이 높은 커피는 맥심 모카골드이며, 다음이 맥심 화이트골드, 맥심 오리지널이다.

동서식품 프리마 러시아 판매제품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진 프리마는 100% 국외로 수출한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해 동서식품은 '프리마 로드'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현재 2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프리마는 수출 첫 해인 1993년 110만 달러에서 2012년 5500만 달러로 19년 만에 수출 실적이 50배 성장했으며 올해(2013년) 7000만 달러, 2015년까지 1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동서식품은 밝혔다.

프리마가 세계 시장에서 유통망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적극적인 마케팅, 둘째는 국내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를 세계 각국 실정에 맞춰 적용한 점이다.

세계인들은 우리나라처럼 프리마를 커피에 타먹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포인트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 현지 문화와 환경을 고려해 식문화를 꾸준히 연구해 프리마가 밀크티, 버블티뿐만 아니라 시리얼 믹스, 제빵 등 식사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맞춤형 제품 개발에 신경을 썼다. 또 현지 문화를 반영한 텔레비전 광고부터 경품행사, 차량광고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도 수출 성장을 거들었다.

동서식품 창원공장 전경. /김구연 기자

동서식품 수출팀 허강 팀장은 "창원공장에서 제조한 프리마가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현지에 맞춘 제품 연구와 개발도 있지만 국내에서 40여 년간 쌓아온 한국식 유통문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만이 프리마가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 상품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창원공장의 프리마가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뒷얘기를 동서식품 본사로부터 들어봤다.

◇동남아시아, '프리마 로드'의 시발점 = 동서식품은 1982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에 '프리마'를 수출하며 국내 처음으로 커피크리머 수출 시대를 열었다. 프리마를 통해 동남아시장에 커피믹스라는 제품 아이디어를 최초로 소개한 셈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특징은 B2B(기업간 거래)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처럼 프리마 자체를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시리얼 믹스, 커피믹스, 버블티, 밀크티 등의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독특한 식문화는 바로 '향'이다. 오랜 식문화 습관 속에 야자유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독특한 향을 선호했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커피믹스 제조에 프리마를 사용하는데, 한국의 프리마에 비해 코코넛 오일을 넣어 향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한 거래처를 뚫는 데 10여 차례의 새 샘플 제시와 협의의 노력이 수반됐다.

대만 시장은 1999년에 진출했지만 2010년에 본격화했다. 프리마 벌크 제품이 버블티에 일부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버블티용 프리마 제품을 개발하면서부터다. 대만에서는 버블티를 많이 마시는데, 버블티의 밀키한 맛과 향 그리고 입안에 머금을 때의 맛이 풍부하게 나올 수 있도록 프리마를 사용한다. 이미 시장에는 네슬레, 중국 업체 등 경쟁사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속에서 프리마 수출을 하려면 동등한 가격대로 더욱 풍부한 맛, 즉 품질이 중요했다. 버블티용 프리마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3년여가 걸렸다. 개발 이전인 2009년 대만의 수출 물량과 금액은 2500t, 350만 달러에서 2010년엔 4150t, 600만 달러로 급증했고, 2012년에는 6100t, 1100만 달러까지 수출했다.

◇러시아 강추위 달래주는 코코아 속 '프리마' = 1995년엔 프리마가 러시아 극동시장인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커피믹스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유통 경로를 확대하며 꾸준히 인기가 높다. 또 하이밀키(대용 분유) 등 현지인들 취향에 맞춰 개발된 크리머도 벌크 제품으로 수출되며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추운 날씨 탓에 따뜻하고 열량이 높은 음료를 즐겨 마신다. 그 중 하나가 코코아다. 러시아 사람들은 코코아가루에 커피를 붓고 설탕을 넣어 달콤 씁쓸하게 먹기도 하고, 크리머나 우유, 레몬조각이나 아이스크림 등 열량이 높은 부재료를 많이 넣어 마신다. 이때 프리마가 사용된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식문화를 꿰뚫으니 유통경로가 보였다.

◇카자흐스탄 진출 스토리 = 카자흐스탄에는 1995년 수도 알마티에 첫 프리마 수출이 이뤄졌다. 카자흐스탄은 전통 농업 국가로 오랜 유목 민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옛날부터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항상 기르는 가축의 젖을 넣어서 마시는 오랜 전통이 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유가 아닌 프리마를 차에 타서 먹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 역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이다. 소비자들은 프리마를 커피, 차 등에 우유 대신 타서 먹기도 하며, 전통 음식인 빵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하이밀키'라는 우유 대신 빵에 넣어 먹는 제품을 개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은 국토 면적이 워낙 넓어서 대규모 판촉 행사가 쉽지 않지만 프리마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국적인 판촉 행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품 구매 시 매주 추첨을 해서 TV(LG), 휴대전화(삼성) 등을 경품으로 주고, 마지막 주에는 현대 알마티 자동차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경품행사가 공정하다고 믿지 않았다. 옛 소련체제 때부터 이어온 불신이 그대로 이어져왔던 것이다. 신뢰를 구축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휴대전화 응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휴대전화로 매주 SMS 응모를 하면 즉각적으로 응모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발송하고, 매주 신문 지면에 당첨자를 발표하는 등 신뢰도 제고에 포인트를 뒀다. 마지막 자동차 경품 추첨은 TV로 생중계했다. 그 결과 2010년 처음 시행할 때 16만 명 응모에서 2012년 2회 차에는 약 25만 명으로 응모자수가 150% 증가했다.

타지키스탄에서는 제빵과 홍차 등 다양한 식생활에서 프리마가 사용되고 있다. 현지 식문화에 적합한 제품임을 직접적으로 전파하고자 엄마가 가족을 위해 식사를 차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프리마'를 보여주는 TV CF를 방영하며 유통망을 뚫었다.

동서식품 창원공장의 프리마는 타지키스탄 77%, 카자흐스탄 71%, 우즈베키스탄 56%, 키르기스스탄 54% 등 중앙아시아 지역의 50% 이상 시장을 점유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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