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사람 자존심으로 만든 좋은 상품이 비결

“하동 사람들이 자존심이 강합니다. 그 강한 자존심으로 올바른 먹을 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동 재첩국에 대한 불신이 있는데, 하동 사람들은 섬진강에서 나온 재첩만 사용합니다.”

하동 지역 30여 농가가 생산한 100여 종 특산물을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 ‘하동몰’을 운영하는 이영환(39) 대표.

하동몰은 하동에서 나는 매실·나물·은행·대봉감·밤·잡곡 등의 농산물·농산 가공식품과 재첩·다슬기 등의 수산물·수산 가공식품, 녹차·발효차 등의 차류를 판매하고 있다.

특산물 쇼핑몰 운영과 더불어 이 대표는 ‘정성드리’라는 상표로 재첩국을 만들어 ‘하동의 맛’을 알리고 있다. 녹차를 이용한 사골국도 상품화 준비를 하며 특허 출원 중이다.

“도시민에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먹을 거리, 그러면서도 시골 장터 맛이 나는,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동을 대표할 수 있는 재첩으로 국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표 ‘정성드리’는 말 그대로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 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이영환 하동몰 정성드림 대표 / 사진 김구연 기자

지역 특산물 모아 효과적인 마케팅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하동을 떠나 살면서 공부를 계속 했다. 취미로 웹 사이트 개발에 관심을 뒀다. 그러다 닥친 IMF 외환위기. 계속 공부만 하기에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부담이 크다는 생각에 취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 말짱하던 직장인도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던 시기. 직장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점은 좋았지만, 기본 스펙이 없었어요. 그래서 서류 전형은 거의 다 통과했지만, 어느 곳도 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져 고향으로 왔습니다.”

1년 정도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도 지으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가 불렀다. 학교 홈페이지 관리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막상 일을 시작했지만, 고민이 많았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아마추어가 돈을 받고 이런 일을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홈페이지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일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작은 능력, 조그마한 도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농민들이 아주 고맙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너무 답답하고 홍보할 방법을 몰랐다, 글·사진 등을 쓰고 올리는 방법도, 광고할 방법도 몰랐는데 가르쳐 주니까 너무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주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작은 능력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2005년, 농가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것이 하동 정착의 계기가 됐다.

점점 관리 농가의 숫자가 늘어났다. 낮에는 부모님의 농사를 돕고 저녁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워드와 엑셀 등을 가르쳤다.

“농가가 너무 많이 늘어나니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습니다. 또 생산품을 알리기 위한 광고를 해야 하는데, 농가 숫자가 많은 만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습니다. 결국, 개별 농가 생산품을 하동 특산물로 다 모아서 판매하면 비용을 나눠 부담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하동몰’로 상호를 변경하고 정식 쇼핑몰을 운영했습니다.”

이영환 하동몰 정성드림 대표 / 사진 김구연 기자

고객 응대 요령부터 농민 교육

처음엔 힘이 들었다. 그때까지는 사이트를 개발하는 것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농민 입장이 됐다. 고객 응대 요령·택배 보내는 방법 등 기본적인 것을 모르는 농민도 많았다.

어느 날 녹차를 몇 십만 원 어치나 구입했던 ‘큰손’ 고객이 당황한 목소리로 이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난처한 듯 머뭇거리던 그 고객은 테이프로 아무렇게나 칭칭 감싼 종이백에 녹차가 포장돼 왔다고 말했다. 설마 하며 농가를 직접 방문한 이 대표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찔했다. 고객의 말대로 농민이 녹차가 든 종이백에 테이프를 뚤뚤 감고 있었다.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이 대표는 당장 택배 상자를 사서 농민들에게 보급했다.

그렇게 노하우를 현장에 나누며 6~7개월이 지나자 손익 분기점을 넘기게 됐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습니다. 비결요? 상품이 워낙 좋으니까요. 좋은 상품이 바로 비결입니다. 또, 농가들이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이라 유통과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잖아요.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택배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가르쳐주면 잘 이해하고 잘 따라왔습니다.”

2010년, 스스로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섬진강 재첩으로 국을 끓여주던 기억이 났다. 재첩이라면 하동의 대표 특산물이 아닌가.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시설에서 제대로 포장된 상품을 원합니다. 농민들이 상품을 깨끗하게 처리해서 판매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식품제조 시설을 갖추고 재첩국을 만들었습니다.”

방문객에게 매실 진액을 섞은 녹차를 대접할 만큼 독특한 것,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이 대표는 녹차를 섞은 사골국을 만들어 특허 출원 중이다. 내년에는 공장을 증축해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기준에 맞도록 시설을 갖출 계획도 하고 있다.

섬진강 재첩으로 재첩국 생산

재첩은 4월에서 6월 말까지, 그리고 9월에서 11월 초까지 수매해 가공한다.

“하동에서 재첩이 거의 안 난다고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공장 운영자는 상품을 연중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날 때 수매해서 1차 가공 후 냉동 보관합니다. 한여름에는 수매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첩이 제일 많이 나긴 하지만, 제일 맛이 없어요. 그래서 값이 싸더라도 일부러 수매하지 않습니다. 그게 하동 사람의 고집입니다. 좋은 재첩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맛보이기 싶습니다.”

하동 재첩국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표는 완강했다.

“하동 사람들은 강한 자존심으로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만 사용합니다. 중국산을 쓴다거나 하는 소문은 아주 옛날이야기입니다. 아직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계속 설명을 합니다. 잠시 하고 접을 사업이 아니니까요. 지나친 경쟁으로 그런 오해도 생기는 듯한데, 경쟁이 지나치면 지역이 죽습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함께 가는 것이 농업이지, 혼자서는 안 됩니다.”

이영환 하동몰 정성드림 대표 / 사진 김구연 기자

입점은 까다롭게, 판매는 전문적으로

하동몰에 입점하는 것은 까다롭다. 단순히 하동에서 생산한다고 상품을 내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한 발품은 기본. 이 대표는 미리 소문을 듣고 정보를 파악한 후 손님인 척, 손님을 따라온 사람인 척 농가를 직접 방문한다. 그리고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맛을 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농민의 됨됨이를 살핀다.

“사람이 물건을 만드는 것이지, 기계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성품을 가장 높이 삽니다. 예를 들어 매실에 비료나 농약을 안 치면 크기도 작고 모양도 좋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좋은 매실을 선별해서 보내주려는 마음과 노력이 중요한 겁니다.”

또, 삼진아웃제도 도입했다.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3번 제기되면 하동몰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방침이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각종 교육도 많이 받으러 다닌다. 상품을 잘 알기 위해 생산 관련 교육도 많이 참석한다.

“농업기술원이나 센터, 연구소 등의 교육에 많이 갑니다. 녹차 발효나 가공 교육도 참석합니다. 녹차 농민들은 다들 자기 녹차가 최고라고 하는데, 지나친 경쟁보다는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생산품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팔기 위해 이 대표는 컨설팅이나 변리사·디자이너 등의 조언을 많이 얻는다.

“원료가 같더라도 포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잡곡이
라도 비닐봉지에 넣은 것, 항아리에 넣은 것, 세트로 종이 상자에 이중 포장한 것 모두 가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전문가와 농민들이 함께 연구하고 노력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동몰에서 주기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회원은 3000여 명에 이른다. 첫해 연 매출은 1000만 원도 안 됐지만, 올해는 3억 5000만 원가량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은 사소한 것에서 차별화를 느끼고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실을 종이 상자에 담지 않고 아이스박스에 포장합니다. 택배 과정에서 종이 상자는 함부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스박스에 매실 진액을 어떻게 담는지 농가 설명서를 함께 넣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재구매가 이루어집니다.”

“온라인으로 시골의 정 느낄 수 있도록”

이영환 하동몰 정성드림 대표 / 사진 김구연 기자

이 대표는 꿈이 없다고 밝혔다.

“꿈을 정해놓고 그것을 이루면 만족감은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정되고 싶지 않습니다. 꿈 대신 장기 계획을 세워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합니다. 지난해 목표는 연 매출 3억 원이었는데, 그것은 연말이 되기 전 이루었습니다. 5년 내에 50억 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굳이 꿈이라면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이랄까요.”

이 대표의 하동몰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는 농어업이 2차·3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 지원하는 것으로, 경쟁력 강화와 경영 안정을 위해 정책자금, R&D, 컨설팅, 마케팅, 투자유치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선정을 하동몰 도약의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다른 사이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하동만 다루다 보니 한계점이 보입니다. 소비자와 좀 더 가까워질 방법으로 온라인을 통해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전국 단위로 확대해 한 마을이 한 가족의 먹을거리를 모두 충당하도록 전국 농가와 전국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이트를 구상 중입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삼겹살을 먹고 싶은 가정이 있으면, 돼지로 유명한 마을의 돼지와 상추·깻잎 등 식자재를 패키지로 묶어 보내는 겁니다.”

이 대표는 “다 같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동 대표상품인 녹차도 기술이나 노하우를 교류하며 서로 배우고 희망을 줘야 합니다. 커피 때문에 녹차 산업이 많이 죽었는데도 좋은 녹차를 부각 못 시키고 있습니다. 혼자 뛰니까 안 되는 겁니다. 조직화하고 의식을 깨우면 상품의 부흥기는 분명히 옵니다. 그것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이야기. ‘정성드리’ 재첩국은 맛이 진하다. 이 대표 할머니에게 배운 맛이다. 살이 통통한 재첩도 듬뿍 들어 있다. 재첩국을 밍밍한 소금물 맛뿐이라 실망했다는 사람이라면 이 대표의 ‘정성드리’ 재첩국을 꼭 한번 먹어보기를 권한다. 하동 사람이 자존심을 걸고 만든 ‘진짜’ 섬진강 재첩국은 역시 달랐다.

<추천이유>
△윤승철 하동군농업기술센터 교육인력담당
= 하동몰 이영환 대표는 농가보급형 홈페이지를 개발하는 등 많은 사람에게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후 2007년 하동몰로 상호를 변경해 하동지역 농수축산물을 홍보 및 판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개설해 현재 약 30농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부터 ‘정성드리’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상표출원(현재 등록)과 생산시설을 갖추어 하동의 특산물인 재첩국과 기타 농산물을 생산·판매하며, 아직 기간은 짧으나 매년 목표치 이상의 성장을 이루는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벤처 창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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