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따라 늦봄 진미 '웅어'...녀석 성질도 급하다

양산을 잘 안다 하는 여럿에게 "이 지역 대표 먹을거리가 뭐냐"고 물으니 반응이 다들 마땅찮다. 굳이 내세우자면 한두 가지 없을까마는, 외지 사람에게 시원스레 말할 만한 게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실제 이 지역 음식문화가 그리 유난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전해지던 향토음식·특산물 가운데 사라진 것들이 제법 있고, 즐겨 먹는 것 가운데도 주재료를 외지에서 들여오기도 한다.

그 까닭을 지리적·사회적 환경과 연결해 보면 몇 가지 들 수 있는 게 있다.

그곳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발달하려면 지형적으로 폐쇄된, 유배지 같은 곳이 오히려 더 득이 되는 편이다.

이에 비춰 보면 양산은 천성산·천태산·토곡산 같은 높은 산이 있기는 하지만, 바깥과 단절하는 역할까지는 아니다. 양산은 서북쪽으로 밀양, 서남쪽으로 김해, 동북쪽으로 울주, 동남쪽으로 부산에 안겨 있다. 바깥보다는 오히려 양산 내 남북으로 정족산맥이 형성돼 있어 동북쪽 웅상지역은 부산·울산에 가까운 이질적 문화를 안고 있다.

양산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고집할 지형적 구조는 이래저래 아닌 듯하다.

여기에다 양산 주변부가 부산 등 인근 지역으로 넘어갔다 돌아왔다를 여러 번 경험하는 울타리 변화가 많았다. 특히 1970년대 이후부터는 부산 팽창을 흡수하는 역할을 안았다.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한 사람들은 부산으로 넘어가 먹을거리를 즐기는 것에 마음 두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렇다고 향토음식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여기서는 사회적 환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급속한 산업화·4대강 사업 같은 것들이다.

젓가락 듬뿍
초장에 슥슥
한입에 꿀꺽

양산은 낙동강을 품은 덕에 민물고기를 쉽게 접하며 음식에 활용했다. 이 가운데 무채에 민물 치어를 통째로 넣어 고추장과 섞어 먹는 회가 유명했다고 전해지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금 웅어회는' 그 명맥을 잇고 있기는 하다. 웅어는 멸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인데, 4~6월 산란을 위해 하천을 찾는다. 성질이 급해 잡히면 바로 죽어버려 냉동이 필요한 놈이다. 한철이라는 귀한 음식이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진상에도 올랐다 한다. 이곳 어른들은 보리 익을 무렵이면 웅어회를 늘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만들어지면서 이곳에서 웅어를 찾아보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물금읍 몇몇 횟집에서는 웅어회를 내놓는다. 섬진강 변 하동이나 목포 같은 곳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민물매운탕'은 호포지역 중심이다. 붕어·메기·빠가사리·참게·쏘가리 민물매운탕을 다루는 예닐곱 식당이 호포지역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수입 메기 같은 것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특산물은 좀 더 전국적인 명성을 안고 있었다. 매실·딸기·수박·당근·감자·달걀·임나물·산나물 같은 것들이다.

양산은 인근 공항·항구까지 30분 거리에 있어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는 산업 입지 조건이다. 그러다보니 1978년 양산지방산업단지를 비롯해 웅상농공단지·어곡지방산업단지·산막일반산업단지, 소주공업지구·북정공업지구가 줄줄이 들어섰다. 공장이 들어서던 초기에는 난개발 형태를 보였는데, 이런 속에서 임산물·산나물 생산은 급속도로 줄었다.

원동면은 딸기·수박 재배지로 유명했다. 원동면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이를 따라 철길이 들어서 있다. 이 철길 너머 낙동강 쪽은 모래땅 아래에서 물이 자연스레 올라와 딸기·수박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 정비로 딸기·수박 농가는 사라졌다. 한해 수백억 원이 오갈 때 원동지역의 활력 넘치던 모습도 과거형이 됐다. 보상받은 이들 가운데는 외지인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를 두고 이곳 사람들은 '양산의 부가 유출됐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지인 중 일부는 보상금으로 원동면 내 철길 안쪽 서룡리 같은 곳으로 옮겨 딸기·수박 하우스를 이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모래땅이 아닌 논땅이라서 그리 신통치는 않은 듯하다.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 둔치에서 100여 농가가 정성 쏟던 '물금 모래 감자'도 옛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물 빠짐이 좋은 낙동강 변 땅 덕에 수분 적은 타박 밤 맛으로 이름을 높였지만, 4대강 사업 생태공원 조성으로 지난 2009년 명맥이 끊어졌다.

4대강 사업과 무관한 영포마을 중심 '원동 매실'은 양산 특산물로 계속 자리하고 있다. 온화한 기후·충분한 일조량 같은 재배특성에 들어맞아 100여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토종은 개량되지 않은 알이 작은 것으로 장아찌보다는 진액, 그리고 술 담그는 데 사용된다. 올해는 가뭄 탓에 씨알이 굵지 못하다. 파는 이들은 손님 올 때마다 "올해는 좀 비싸다"는 말부터 전제한다.

원동면과 접한 상북면은 달걀 생산지다. 오경농장을 비롯한 60여 농가가 도내 생산량 70%를 책임지고 있다.

다시 음식으로 돌아와 맺어보자면, 유명 사찰 주변이 그러하지만, 양산은 특히 통도사라는 삼보사찰이 있는 곳답게 산채비빔밥·약선요리·스님들 특식이기도 한 국수 같은 것에서는 이곳만의 정성과 특별함을 묻어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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