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뱃사람 기질 통영인, 즉흥적이고 다혈질"

통영시향토역사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전시된 자료 글귀를 일일이 메모했다. 이걸 본 노신사는 "그 정도는 말씀하시고 찍으셔도 되는데…"라고 했다. 메모까지 하며 둘러보는 모습이 남다르게 보였는지, 통영에 관한 이런저런 얘길 들려주려 했다. 하지만 짜인 일정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떠야만 했다.

다음날 김일룡(66·사진) 통영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을 만나러 다시 이곳을 찾았다. 전날 본 그 노신사가 김일룡 소장이다. 이곳 향토역사관 전 관장이기도 하다.

그는 불편할 수 있는 얘기를 불편하지 않게 들려준다.

"우리 역사를 두고 모두가 이순신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 같아요. 서점 가면 이순신 관련 책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순신을 알려면 굳이 저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책 보면 더 잘 알 수 있어요.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도, 생각도, 교육도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여러 인물을 더불어 존경하면서 다양한 인물을 배출해야 한다는 거죠. 제가 다른 지역에 가서 이런 얘길 하면 '통영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지'라는 반응을 하기도 해요."

   
 

재평가할 만한 통영인 얘길 던지자 곧바로 "저는 개인 인물은 잘 거론하지 않아요"라고 한다.

"인물은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양과 음이 함께 있죠. 한일강제병합, 해방, 6·25, 독재시대, 이런 복잡한 시대에 산 우리가 어떻게 한 사람을 평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인물은 결과적인 것만 보고 단적으로 표현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소장은 고향 사람들 기질에 대해서도 좋은 것만 들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각별함이 묻어난다.

"여기는 사대부 문화가 아니라 전부 무관 문화예요. 여기에다 소위 말하는 뱃사람 기질까지 섞여 즉흥적이고 다혈질이에요. 물론 뒤끝은 없죠. 그리고 좋은 말로 멋을 내는 기질이 있고, 좋지 않은 말로는 사치스러운 면이 있죠. 그런데 나는 이곳 사람들 매너 없다는 얘길 자주 해요. 사실 현대인으로서는 제로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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