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안 나왔지만 부결…찬반 격론 끝 동의안 가결

마산만의 앞날이 바뀌게 됐다. 이른바 섬형 매립을 통해 마산만 모습을 바꿀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실시협약 변경 동의안'이 창원시의회를 통과했다.

창원시의회(의장 김이수)는 8일 오후 제1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시의원 55명이 모두 무기명 전자투표를 했고, 결과는 찬성 31명, 반대 24명이었다.

앞서 이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될 만큼 뜨거웠다.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취재진, 공무원들로 60여 방청석도 대부분 찼고, 서서 회의에 귀기울이는 이도 많았다.

상임위인 균형발전위원회 심사 보고 이후 곧바로 통합진보당 송순호(내서읍) 의원은 "4500억 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혈세 낭비이자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 안건에 대한 보류 동의안을 냈다.

제19회 창원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8일 오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송순호 의원이 발의한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실시협약 보류안(사진 오른쪽)이 부결된 후 동의안이 재석의원 55명 중 찬성 31명, 반대 24명으로 가결됐다. /박일호 기자

송 의원은 "지난번 부결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시 집행부는 의회에서 요청했던 학술적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지 않고 유리한 의견만 받는 우를 범했다"며 "공사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포신항과 해양신도시 사업 방식, 매립 형태, 가포 항만시설 매입, 토지이용 계획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이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사업에 반대만 하는 의원으로, 말 많은 의원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이번 사업으로 마산 구도심 주민들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제발 도와달라."

송 의원이 낸 보류 동의안에 대해 새누리당 박철하(이·자은·덕산·풍호동) 의원이 반대 의견을, 통합진보당 문순규(양덕1·2동, 합성2, 구암1·2동, 봉암동) 의원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8년여 동안 의견 수렴을 거쳤고, 수차례 시민단체와 논의하고 검토했다. 국책사업으로 더 미루면 시의회와 시 행정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고, 도시철도사업 등 1700억 원 국고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문 의원은 "지난 1월 보류하고, 3월 부결하고, 이번에 재상정됐다. 어떤 내용이 바뀌었느냐"며 "토지이용계획안만을 구체화해 제출됐다. 집행부가 국토해양부와 협의 등으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증하고 대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것이 책임 있는 행정인지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후 송 의원이 낸 보류 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지만, 찬성 25명, 반대 30명으로 부결됐다. 송 의원은 다시 '마산해양신도시 동의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 나섰다. 그는 "정말 실망스럽다. 예산을 줄일 수 있음에도, 왜 검증없이 하자고 판단하느냐. 감시와 견제를 하자고 들어온 의원들 맞느냐. 의회의 본 역할이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의원석에서는 "의견만 말하라. 의원들을 왜 질책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새누리당 황일두(교방·노산·합포·산호동) 의원과 문순규 의원이 차례로 찬반 의견을 피력했다. 황 의원은 "마산항을 살릴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이 사업이 언제까지 가야 끝이 날지 자신이 없다. 사업 결정을 놓고 3개 시 지역을 논하는데, 그런 것을 타파하자. 이제 모두 창원시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표결에 들어갔고,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실시협약 변경 동의안'은 의원 55명 가운데 찬성 31명, 반대 24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창원시의회는 같은 안건에 대해 올해 들어 보류와 부결을 거듭해 통과시킨 셈이 됐다.

잠시 정회하는 순간, 환경단체가 있던 방청석에서는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 창원물생명시민연대와 해양신도시 조성 사업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본회의 직전 김이수 의장과 면담하고, 김 의장으로부터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시의회 균형발전위원회 위원들과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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