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여환부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가라앉기만 하는 건설경기 속에서 공사계약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공능력평가뿐만 아니라 시공경험과 기술력,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 제안까지 건설업체에 요구되는 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 사정을 헤아려야 하는 여환부(64)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은 "날이 갈수록 공사 계약은 선진화되어가고 있지만, 지역 업체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건설 업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현재 건설정책을 더 강화하면서 건설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여 회장은 그동안 회원사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해왔다.

여환부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이미지 기자

그는 "지역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해도 설마 이 정도인지 몰랐다"며 "공사물량이 2007년 이후 계속 줄어들면서 최근 1년간 계약을 한 건도 못한 업체가 전체 회원의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특히, 4대 강 사업이 끝나면서 올해 상반기 공공공사 물량은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했고, 하반기에도 정부의 공공건설 물량에 대한 예산이 축소돼 앞으로 도내 업체의 어려움은 더 가중된다고 내다봤다.

여 회장은 건설경기가 살아나려면 'SOC(사회간접자본) 확대'와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철회'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예산 절감을 위해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 금액을 현재 30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 공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공사금액을 가장 적게 쓴 업체가 낙찰을 받는 공사량은 더 늘어나고, 깎인 공사비만큼 하도급 업체의 부담은 커진다. 결국, 부실공사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여 회장은 "주로 중소 건설업체가 수주하는 100억∼300억 원대 공사까지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면 저가 낙찰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나타난다. 이는 원도급자뿐 아니라 하도급자, 자재·장비업 등 연관 업종까지 연쇄적인 부실을 키우고, 고용 사정도 더 나빠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건설업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저가낙찰제 대상은 현행대로 300억 원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확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내년 국토해양부 SOC 예산이 21조 원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4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23조 8000억 원으로 줄어들더니 내년에는 더 줄어든다. 3년 연속 감소 추세다"며 "아직 건설산업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침체한 건설경기를 회복하고,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SOC 예산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주 혁신도시 조성사업에도 지역 건설업체를 위한 행정적 지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회장은 "오는 10월부터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청사 신축에 대한 발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도내 업체가 49% 이상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며 "최근 일부 발주기관에서 예산부족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멋대로 삭감하는 관행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고 꼬집었다.

여 회장은 인터뷰 내내 건설회사와 건설기계사업자 간의 협력과 상생을 역설하면서 건설기계의 하루 8시간 장비 가동 규칙은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연장근로 여부를 상호 협의해 결정하게 되어 있다"며 "앞으로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가동시간, 유류비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명시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산에 있는 중앙건설(주)의 대표이기도 한 여 회장은 "건설협회는 회원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회원을 위해 열심히 봉사할 때 존재 의미가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지역건설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각종 지원책을 정부에 건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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