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연극협 구술채록작업 참여.."이념적 흐름 약해져서 아쉬워"

"마산 연극은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문제가 있어. 연극이란게 표현주의, 사실주의 등 근본적인 표현 이념을 가지고 가야하는데 요즘 연극들을 보면 그걸 잊은 것 같아. 옛날에 정진업 선생 하면 '사실주의', 김수돈 선생 같으면 '사실주의와 표현주의의 병합', 이광래 선생은 '중간극' 이런 연극 이념적 흐름이 있었는데, 이게 약해졌어. 그 점이 참 아쉬워."

경남 연극계의 원로 가운데 원로이자, 통영·마산 연극의 산 증인으로 통하는 지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존재.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마산 연극 역사를 구술하고 있는 한하균 선생. /김두천 기자

지운(志雲) 한하균(81) 선생이 작금의 마산 연극에 던진 쓴소리는 선생이 살아 온 세월의 무게와 깊이만큼이나 마산 연극인들 가슴 속에 깊이 울렸다.

지난 22일 오전 창원 3·15아트센터 1층 강의준비실. 이날 이곳에서는 마산 연극 역사 정리작업을 위한 특별하고도 중요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마산연극협회가 지부 중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마산연극 49년사' 정리를 위해 선생을 모시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마산 연극사에 대한 구술 채록에 나선 것. 이 자리에는 선생을 비롯, 최성봉 경남연극협회 마산지부장, 이상용 극단 마산 대표, 정석수 부대표가 모여 과거 마산 연극으로의 시간 여행에 나섰다.

구술 채록은 이상용 대표가 1960년부터 80년 당시의 마산 연극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선생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하균 선생은 80이 넘은 고령과 중풍으로 편치 않은 몸상태에도 그 옛날 마산에서 연극 작업을 할 때 적어둔 메모와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A4용지 12장 분량의 기록물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담담히 구술에 나섰다. 마산 연극의 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를 정리한 이 자료에는 마산 연극을 풍미했던 이일래, 이광래, 정진업, 김수돈, 이우철, 오우철, 정미혜, 배덕환, 한기환, 송태학 등 인물들의 출연작과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특히 이광래, 김수돈, 정진업 등 문인출신 연극인들의 활약상과 연극 작업의 방식을 두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다툼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2000년 선생이 경남연극사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본보 창간 초창기 경남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 경남연극사인 '오동동 야화'를 연재하던 그 때 그 필치 그대로였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50년대까지의 기록은 이를 입증할 1차 사료가 존재하지 않아 이번 구술에서는 논외로 했다.

하지만, 선생이 들은바에 의하면 1940년대 마산에서는 30~40분짜리 단막극이 한 날 한 장소에서 2~3편이 한꺼번에 오르기도 하는 등 마산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연극 도시로서의 입지가 탄탄한 도시였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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