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n] 김정수 (주)다린 대표

화장품과 샴푸의 용기, 특히 뚜껑 하나로 세계를 누비는 (주)다린의 김정수(65·사진) 대표. 이제껏 세계 126개국을 날아다닌 거리는 지구 46바퀴를 돈 것과 같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다린 용기를 쓰도록 하는 게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다"고 말했다.

다린은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화장품과 샴푸의 용기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가 흔히 쓰는 '펌핑 형태'의 샴푸, 화장품 용기는 다린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유니레버, 존슨앤드존슨 등이 다린의 제품을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80% 이상, 세계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끈질긴 연구개발이 뒷받침됐다. 김 대표는 포장재용 펌프 관련 특허 등 50여 건의 국내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적 소유권이 경남도에서 가장 많아 경남 기네스까지 등재됐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지난 1972년 다린 전신인 일본계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캐니온(주)에 엔지니어 일용직 공원으로 들어가 18년 후에는 공장장이 됐다. 그리고 1991년 일본자본이 철수하기로 한 한국캐니온을 인수해 다린을 설립해 CEO가 됐다. 지난 91년 첫 인수자본금 1억 원은 현재 160억 원으로 불어났고, 인수 때 연간 20억 원이었던 매출은 600억 원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일용직 노동자에서 대표까지 이제껏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총 19계단의 승진을 한 것이더라"며 "39년째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결은 새로운 목표 설정과 실천이다.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50%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3년을 잊을 수 없다.

마산에 불어닥친 태풍 매미로 공장이 물에 잠겼고, 기계 설비가 망가져 파산 위기까지 맞았었다. 그런데 그는 '이때가 기회다'라고 생각했단다. 이번에 기계를 신제품으로 모두 바꾸고, 생산성을 더 향상시키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바로 제품을 생산했고, 이는 다린 제품을 쓰는 국내 대기업 화장품 회사에 큰 신뢰를 주었다.

올해 김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에 제품을 알리는 '제3의 도약'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월송리 1만 4943㎡ 부지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보은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2013까지 3년간 88억 원을 투자한다. 그가 충북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마산지역 내 공장부지가 없어서다. 지역 내 다른 기업체도 자유무역지역 안에서는 새로운 투자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 제2자유무역지역은 꼭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린은 내년에 코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코스닥에 상장되면 회사 규모는 2배 이상 커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독자적인 상품 브랜드도 만든다. 오는 2013년에는 화장품 용기에서 벗어나 핸드크림과 보디로션 등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화장품 용기는 휴대전화처럼 진화가 빠르다. 남을 모방해서는 머슴 경영에 불과하다"며 "화장품 용기 제조회사 중 다린의 세계시장 인지도는 12위 정도다. 올해 10위 권 내로 진입할 계획이다. 다린의 독자적인 용기와 제품을 들고 세계로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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