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관련 조례 제정·고용노동부 임금보호 대책 마련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을 방지하는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건설근로자 임금보호 강화방안'을 냈고, 경남도는 관급공사의 임금체불을 방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도내 시·군도 이에 맞춰 다양한 조례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절차가 복잡해 업무 과다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정부와 도·시·군 등마다 적용 공사 금액과 방법이 달라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건설근로자 임금 지급사실 매월 알려야" = 앞으로 정부 공공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는 공사대금 중에서 노무비를 따로 구분해 관리하고, 매월 실제 임금이 지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건설근로자 임금보호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원 수급자인 건설업체는 매월 노무비 전용통장으로 하도급업체 등의 건설노동자에게 노무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공사에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보증제도'를 도입해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또 상습 임금체불 업체는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 적격심사 때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과당경쟁으로 저가 낙찰, 저가 하도급이 관행화돼 낮은 공사비에 맞추고자 노무비를 삭감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건설근로자의 임금체불을 막으려면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는 12월까지 '근로기준법'에 임금체불업체에 대한 제재근거를 마련하고, 계약예규 일부를 개정하고자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 정책에 앞서 경남도는 지난 6월 16일 '경상남도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등에 관한 조례'를 공포·시행했다.

경남도가 발주하는 공사(종합건설 공사 5억 원, 전문건설 공사 3억 원)를 수주한 사업자는 하도급업체의 근로자와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임금지불약정서를 발주자인 경남도에 제출해야 한다. 건설근로자의 명단과 연락처, 주소, 임금 등을 기재한 내역서와 건설기계 사용내역서를 기공·준공 때마다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공사 감독자는 근로자에게 임금 지급예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해야 하고, 대가 지급사실을 현장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현장에 게시하도록 했다.

도 조례에 맞춰 양산시도 지난 7월 '양산시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오는 20일쯤 심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공포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시가 발주한 공사(5000만 원 이상) 사업주가 계약 체결 때 임금지불 약정서를 제출하고, 기성·준공 때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창원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도 지난달 29일 김석규 시의원이 발의한 '창원시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등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기도 했다. 진주시도 경남도 조례에 맞춰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방지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 "절차 간소화 필요" = 도내 건설업계는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면서도 행정 절차는 간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여환부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은 한 건설업체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여 회장은 "도내 건설업체가 경남도 조례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공사를 시작할 때마다 공사현장에 투입된 인력과 기계의 사용내역서를 제출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도 내역서를 내야 한다"며 "공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서류 작성에 힘을 쏟는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설협회 경남도회는 최근 조례 제정을 준비하는 도내 시·군에 '1회 이상 임금 체불 사실이 있는 사업주만 근로자와 건설기계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또한, 모든 건설업체가 추가적인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공사기간 인력·장비가 수시로 교체되는 건설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규제라고 밝혔다.

하도급공사가 대부분인 대한전문건설협회 경남도회도 하도급자를 보호하는 조례가 제정돼 반갑다고 전하면서도 매월 임금 지급 문자를 발송하고, 기공·준공 때마다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사 금액도 기관마다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내 건설업계는 도내 시·군이 조례를 제정할 때 상위법에 맞춰 통일성을 갖춰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창원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기계관리법에 보면 건설업체가 건설기계를 임대할 때 일반계약서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표준계약서를 선택해 사용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도 조례는 표준계약서 사용만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작업여건이 표준계약 내용에 맞지 않는 현장에서는 사용을 꺼리고 있다"며 "최근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도내 지자체도 이에 맞춰 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건설근로자 체불임금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6월 기준 건설업의 체불 근로자 수와 체불금액의 비중은 각각 13.7%와 16.4%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건설업의 취업자 수 비중보다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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