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의령 용덕면 상용마을 처녀 이장 강유미 씨

"이 작은 마을이 몇 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우선 마을 사람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이장이 되겠습니다."

의령군 용덕면사무소를 지나 유곡면과 경계를 이루는 구오목 고개 아래 '상용소'라는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이 요즘 활기에 넘쳐흐른다.

지난 연말 마을 이장을 맡겠다는 후보가 세 명이나 나서는 바람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연 1위로 올라선 강유미(37) 씨가 있기 때문이다.

   
 

상용마을은 총 19가구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 이 작은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과 젊은 층의 마을주민들이 형제처럼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산골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젊은 마을 사람들이 정착하기까지는 신임 강유미 이장의 우연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그에게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8년 전 또래인 친구가 먼저 고향 상용마을에 터를 잡아 읍내 물리치료사 일을 하면서 "의령에 한번 다녀가라"는 말에 의령을 찾게 됐고, 당시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터에 공기 좋고, 병풍처럼 둘러싸인 마을 경치에 반해 아예 눌러앉기로 하고 지금의 처녀 이장이 탄생한 것이다.

처녀 이장은 고향이 거제도다. 2살 때 부모님과 함께 부산으로 이사해 20대 후반까지 부산에서 살았고, 친구도 부산에 있고, 학교도 부산에서 나와 영원히 부산을 떠나지 않을 줄 알았단다.

평소 여행을 좋아해 많은 나라에 다녀보았다는 그는 도시에서 쭉 살아오던 생활 습관 때문에 점차 시골이 처음의 동경과는 달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의령읍에서 차로 10여 분 정도 떨어진 상용마을로 들어오는 버스편은 하루 3번. 무언가를 사려 해도 가게가 없으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생활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도 불편한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10대들이 누려야 할 문화공간도 없고, 꼬마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곳도 없고 … 등등 그렇게 해서 보낸 시간이 벌써 8년이 됐단다.

작년 12월에 상용마을 사상 처음으로 이장 선거가 있던 날.

20년 가까이 이장을 하신 정현덕(74) 전 이장께서 이장직을 내려놓으셨기에 마을에서 투표가 있었다.

그때 이장직을 통해 마을을 위해 한번 뛰어보겠다는 마음이 생겨 출마를 결심했고, 치열한 경쟁 속에 꿈꾸던 이장을 맡게 된다.

현재 4개월 된 새내기 이장인 그는 '이장이 보기보다 참 할 일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군정의 작은 일 하나하나가 이장을 통하지 않으면 주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서 적잖게 놀랐고, 도시에서는 통장과 반장이 있지만 민원의 일들은 각자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시골에서는 그렇지가 않더라는 것. 농사짓는 일이며 마을노인들의 건강 문제, 그리고 공문서 하나하나까지 이장의 도움 없이는 안 되었다.

비록 보수는 적지만, 그는 마을 이장직이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며, 동네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상용마을을 다녀가도 기분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다. 더구나 김채용 군수가 이 작은 마을에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놀이터를 조성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산골이라 10가구 남짓하지만, 어르신들께서 편안히 거하시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는 소리가 넘치는 마을로 만들고 싶단다. 깨끗한 마을, 청정마을로서 누구나 살고 싶은 그런 곳.

박정희 대통령과 김두관 도지사를 존경한다는 그는 지난해 한국사이버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이장으로서 요즘 <빗자루를 든 이장>이라는 김두관 지사가 펴낸 책을 읽는 삼매경에 빠졌단다. 그가 꿈꾸는 모델이다.

처녀 강유미 이장은 "절대 독신주의는 아니고, 좋은 남편감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시집갈 생각"이라며 수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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