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 심지어 목욕탕, 이발소까지 추석을 앞두고 경기를 탄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요즘처럼 좀도둑까지 추석 경기를 심하게 타는 줄은 정말 몰랐다.

업무성격상 매일 아침 관내 지구대, 파출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를 접하게 되는데 최근 들어 '좀도둑이 다녀갔다'는 보고서를 자주 접해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도둑들은 참으로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 수법이 묻지마 또는 막가파식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의 불찰로 출입문이나 창문을 잠그지 않은 틈을 타서 몰래 들어가 쌈짓돈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라 출입문이 잠겨 있어도 유리로 된 것은 과감히 부수고, 방범창살은 뜯어버리고, 신기하게도 부엌과 화장실 같은 조그마한 창문은 구렁이처럼 내 집 드나들 듯이 잘도 들어간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더 뻔뻔한 것은 부모가 직장일로 집을 비운 사이 자녀만 집에 있어도 '택배 왔다' '아빠 심부름 왔다' '가스점검 왔다'는 식으로 얘기하곤 그냥 들어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안방을 들쑤시고 간다. 이 정도면 가히 '묻지마 관광'이 아니라 '묻지마 털이' '막가파식 털이'인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범하게 묻지마 털이를 한 범인을 잡고 보면 대부분 가출했거나 중·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학교를 자퇴하거나 가출을 하게 되면 당연히 용돈이 떨어지게 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게 되는데 그 욕구를 채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빈집털이라는 것은 경찰 경험상 이제는 상식이다.

며칠만 지나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이제는 집을 비울 때 단순히 출입문만 잠글게 아니라 안방 창문과 화장실, 부엌 등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은 물론 거실 같은 곳은 전등 하나쯤 켜놓고 나가는 센스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우유와 신문을 끊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물론 경찰에서도 추석을 전후해 특별 비상근무를 하면서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만 집집마다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경찰에 기대기보단 내 집은 내가 지킨다는 맘으로 스스로 챙기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모두가 한가위 보름달처럼 행복이 가득한 명절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모현철(창원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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