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25) 씨는 얼마 전 도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 앞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계산대 직원이 종이봉투 값으로 100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도내 대형마트들이 환경부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종이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으나 이마트가 최근 종이봉투를 100원에 판매하면서 주부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도내 대형마트마다 종이봉투 비치 장소와 사용 가능한 곳, 유·무상 제공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마트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비닐 쇼핑백을 줄이고자 '그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물론 자연을 훼손하는 종이쇼핑백 사용자제와 장바구니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종이쇼핑백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계산대에 캠페인 알림판을 걸어놓았다.

이마트 환경오염 들어 7월부터 '무상→유상'

그러나 이 같은 캠페인의 취지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한 종이봉투를 유상으로 판매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 씨는 "계산대에서 종이봉투를 100원에 판매한다는 문구를 나중에야 확인했지만 캠페인을 벌이는지 전혀 몰랐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취지는 좋지만 비닐봉투보다 비싸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일부 지점이 비닐봉투를 없애고 종이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자 오히려 쓰레기가 늘어 환경보호 취지와 맞지 않았다"며 "비닐봉투처럼 종이도 제조과정에서는 오염을 유발해 종이봉투도 유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대형마트도 종이봉투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계산대에 비치해놓고는 있지만 안내 문구가 없고, 계산대에서 봉투를 요구하면 직원은 여전히 비닐봉투만 내민다.

홈플러스 마산점 계산대 직원은 "식품관에서는 종이봉투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에 홍보 미미…비치장소도 제각각

롯데마트 관계자도 "하루에 200여 장 정도 종이봉투가 나가지만, 물기가 있는 생선 등에는 적합하지 않아 계산대 직원이 요령껏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산 YMCA 윤상현 간사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는 도내 대형마트가 일정한 곳에서 종이봉투를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윤 간사는 이어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들이 종이봉투 유상판매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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