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사회교육센터로 발전마을잔치 등 자체사업도마산-도서대여점보다 못해지역별로 변화 움직임

전국 곳곳에 소규모이면서도 공공성을 띠는 작은도서관이 들어서고 있다. 경남에선 현재 김해시가 가장 적극적이고 창원시는 1995년부터 마을도서관 설치·운영을 지원해 현재 35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 부천, 전남 순천도 작은도서관 정책은 유명하다. 마산과 창원은 행정구역이 맞닿아 있다. 서로 가까이 있으면 정책적으로 때론 경쟁하고 때론 자극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장·발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작은도서관 정책을 견줘보면 마산과 창원은 적도와 북극 수준이다.

◇생기발랄한 창원 마을도서관 = 지난 22일 오후 창원시 팔룡동주민센터 옆 팔룡사회교육센터. 1층 마을도서관 책상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다음날 열리는 마을축제 준비가 한창인 때문이다. 공간 한 쪽에선 주부들이, 아이들이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팔룡사회교육센터는 해마다 개관을 기념해 실무자, 자원봉사자, 이용자들이 마을 잔치를 열고 있다.

창원은 산업도시다. 공장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이사도 잦다. 이 때문에 마을에 대한 애착이나 동네 주민 간에 소통이 그리 깊지 못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마을별로 잔치를 여는 등 뜻밖에 끈끈한 구석이 있다. 여기에는 동마다 자리 잡은 마을도서관이 중요한 노릇을 해왔다.

(위)책은 물론이고 각종 교육자재가 가득한 창원 팔룡사회교육센터 마을도서관.
창원에 마을도서관이 들어선 건 오래 됐다. 90년대 초 사파동 동성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그네들의 힘으로 도서관을 연 것이 처음이다. 동(棟) 대표자회의에서 장소를 마련하고 재원을 갹출해 매달 책도 사고 자원봉사에 가까운 인건비를 주면서 운영을 시작했다.

집 가까이 도서관이 들어서자 가장 좋아한 건 단연 아이들이다. 도서관에 가면 집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수많은 그림책, 동화책이 있으니 도서관 가는 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주부에게도 인기다. 신간 소설책을 달마다 사들이니 절로 손이 간다.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걸음을 하면서 몰랐던 이웃도 알게 되고 친구도 생겨난다.

사파동성아파트 마을도서관 소문은 다른 마을로 퍼져갔다. 이를 추진했던 이들은 다른 동네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자면서 시에 건의를 했고 시는 1995년 마을도서관 도서구입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진 마을도서관이 지금은 35곳에 이른다.

창원의 마을도서관은 주민자치센터, 문화의 집, 평생학습도시 정책 등과 어우러지면서 마을도서관 기능에 평생교육 개념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이 결합한 사회교육센터로 발전했다.

현재 이 공간은 경남정보사회연구소·주민자치위원회·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들이 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시는 매달 도서구입비·운영비·인건비로 마을도서관을 포함한 사회교육센터는 310만 원을, 마을도서관에는 220만 원을 지원한다. 이 돈으로 매달 새 책을 사들이고 독서기행, 야외영화제 상영, 마을잔치 등 다양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각자도생하는 마산 작은도서관 = 지난 22일 오후 마산시 구암1동주민자치센터. 외형은 번듯한 건물 1층 출입문을 들어서자 오른쪽에 관리실로 보이는 공간이 있고, 가운데는 구암1동새마을문고가, 왼쪽에 청소년공부방이 있다.

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암1동새마을문고는 50㎡로 15평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채 5평이 안 됐다.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 벽면에 서가가 놓였고 가운데 5∼6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놓였다. 도서대여점과 비슷하거나 못한 수준이다.

게다가 비슷한 면적의 청소년 공부방은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벽면에 들어서 있지만 책상 위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는가 하면 접이의자도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게 이용객이 거의 없는 듯하다. 2층에는 탁구대 3개가 놓여 있다. 이게 전부다. '주민자치센터'라는 간판이 부끄럽다.

그렇다고 마산에 이런 공간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 날 오후 마산시 반월동주민센터 2층 반월작은도서관. 출입문이 예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 몇 명은 책을 보고, 청소년 2명과 어른 1명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작은도서관 내부 또 다른 공간에는 아이들 10여 명이 어르신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

(아래)군데군데 비어있는 서가 사이에 책상만 덩그러니 놓인 마산 구암1동새마을문고.
반월동주민센터 관계자는 "2004년 로또기금이 지원하는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을 신청했다가 선정돼 그해 12월 개관했다"면서 "동에서 예산 300만 원을 들여 신간을 구입하고 인건비도 정액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도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일고 있다. 내서읍이 대표적이다. 호계리에 있는 코오롱 1차 아파트 동대표자회의는 관리사무소 3층 공간 160㎡를 작은도서관으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모으고는 리모델링을 하고 도서를 기증·후원받아 2003년 6월 문을 열었다.

코오롱 1차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운영과 성과를 지켜본 2차 아파트는 입주자들이 아파트 완공 이전에 건설업자에게 작은도서관을 요구해 2006년 5월부터 '하늘채문화의집'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계리에 있는 대동이미지 아파트 2단지도 같은해 12월 '이미지다숲문고'를 만들었다.

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내서읍에는 내서새마을문고 등 6곳이 있다. 이는 마산 전체 26곳 문고 중 읍·면·동 중에서 가장 많다. 여기에 내서읍 상곡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작은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산시 한 공무원은 "2001년께 문고를 통합하고 행정에서 지원해 규모도 키우는 등 창원처럼 마을도서관을 만들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벽(?)에 가로막혀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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