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현황과 대안 모색 세미나

#. 한국에 온 지 4년 된 베트남 출신 여성결혼이민자 김안 씨는 4살 된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아들 교육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이의 연령에 맞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부터 정보가 아예 없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지만 한국말이 서툴러서 책 읽어주는 일도 막막하고, 곧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될 텐데 한글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가면 혹시나 아이가 뒤처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다른 한국 가정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학습지도 시켜보고 싶지만 학습지 선생님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한다.

만약 베트남에서 아이를 키웠다면 친정 엄마나 친구들이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줬을 텐데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만 혹시 외국인이라 이웃 젊은 엄마들이 꺼리리나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 태국에서 시집 온 정묵다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기르고 있다. 교육에 대한 고민도 고민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태국아이", "태국인"이라며 놀림을 받고 온다는 사실이 더 고민이다. 물론 엄마가 태국 사람이니 태국인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녀는 친구들의 그런 놀림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이의 처지에서는 전학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기도 하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어머니가 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당연하다고 여길까 봐 두려워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이 먼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묵다 씨를 만난 선생님은 어머니가 이주여성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이후 아이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줘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걱정은 한 가지 더 있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곧잘 태국말로 엄마와 대화를 하던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 태국말을 전혀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태국말을 하면 아이들이 놀린다는 게 그 이유이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게 태국말을 더 가르치고 싶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태국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렸을 때 습득한 언어는 100%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국어와 태국어를 동시에 잘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는 아이들이 남과 내가 다른 점을 뛰어넘어 화합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며 당당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현황과 대안 모색 세미나. /채지혜 기자 know@
2000년 이후 급증한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 취학연령 도달
부모의 낮은 학력·어머니의 미숙한 한국어, 학습부진으로 이어져


2000년 이후 급증한 국제결혼, 그리고 이어지는 이들 가정의 출산으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늘어났으며 이들이 서서히 취학 연령에 도달하는 시기가 되었다.

따라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결혼 이주여성들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또 이들과 함께 하는 지역사회 역시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는 창원 여성의 전화가 주관하고 경상남도가 후원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현황과 대안 모색 세미나'가 열려 이같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병순 마산광려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유치원 생활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를 , 정지영 창원 반송초교 교사가 '초등학교 다문화 가정 아동의 특성 및 교사의 교육적 갈등 연구'를, 이수환 삼산거주외국인지원센터 국장이 '국제결혼의 현황과 다문화 가정 자녀의 현황'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 학습 부진 우려 = 이수환 삼산거주외국인지원센터 국장은 '국제 결혼의 현황과 다문화 가정 자녀의 현황'을 통해서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국제결혼에 따라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재학생 수가 2005년 6121명에서 2006년 7998명으로 30.6%, 2007년 1만 3445명으로 68.1%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2003년 동안 결혼건수 대비 국가별 분만건수 비율을 봤을 때도 베트남 94.2%, 필리핀 85%, 태국 54.2%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분만건수 비율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던 베트남 신부의 경우 분만비율에 따른 출산아동 예측 비교에 따르면 2005년 5822명, 2006년 1만 131명, 2007년 6611명을 출산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베트남 여성결혼이주민이 출산한 자녀가 2012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국제결혼으로 들어온 베트남인 여성결혼이주민의 학력이 중졸 이하가 50%를 넘는 등 낮은 경향이 있고 한국 남편은 이들의 학력 수준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자녀에 대한 가정 내에서의 교육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이같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의 낮은 학력은 곧 해당 아동의 학습능력부진으로 나타나므로, 교육 당국의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대비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사회 모두가 관심 가져야 = 김병순 마산광려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의 '다문화가정 자녀의 유치원 생활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 발표에서 김 교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친구와의 상호작용에서 협동놀이보다는 주로 혼자놀이를 즐겼고, 대화 유형에서도 짧은 대화나 혼잣말이 많아 상호보완적인 친구관계 형성에 많은 어려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교사와의 상호작용에서도 언어적 상호작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교사와의 대화나 신체적 접촉시 거부감을 보였지만 학습 이해력에서는 일반 유아들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능동적인 유치원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일반 유아들과의 풍부한 놀이 기회가 필요하며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교사, 유치원, 지역사회, 학부모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며 다문화 가정과 자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했다.

'초등학교 다문화가정 아동의 특성 및 교사의 교육적 갈등 연구'를 발표한 정지영 창원반송초등학교 교사 역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또래 관계 형성에서 혼자 놀이를 하거나 소극적으로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학업 부분에 있어서는 학년이 낮을수록 언어적 미숙으로 단순한 언어생활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언어 격차가 학업 성적 격차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염려스럽게 바라봤다.

정 교사는 학교 생활에서 부적응 행동을 하는 다문화 가정 아동의 경우 단순히 개인적 능력 부족이라는 잣대로 접근하지 말고 다양한 원인이 있음을 감안해서 학부모, 교사, 제도, 사회가 협력해서 문제를 진단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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