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 변해야 산다 vs IMF 위기 후 10년

손이 가는 곳에 항상 놓아두고 병행해 짬짬이 읽어야 할 책을 둘 골랐다. 전제는 두 책 다 똑같다. '민주화 20년이 된 지금 우리 사회는?'

두 책의 구성은 하나는 무겁고 딱딱한 경제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간결한 문체를 선택했지만 역시 가볍지 않다.

<세계화 시대 한국 자본주의>는 현 시점의 한국 경제를 분석한다. 민주화 이후 20년과 IMF 위기 이후 10년이 중첩되는 지금, 한국 사회·경제의 단계를 여러모로 진단한다. 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사회-생태적 진보가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살까>는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서는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통일운동 등 기존의 '민중운동'들이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놓여 있다고 한탄한다.

왜 최근 한국사회를 진단하려는 책 발간이 이어지는 것일까? 독자들이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이른바 '진보주의자'들이 제시하는 대안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보주의자들 스스로 반성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파악해, 수긍이 간다면 그 대안의 실천 대열에 독자들도 낄 수 있을 것이다.

왜 독자가 평가와 동시에 실천 대열에 끼어야 하느냐고? 올곧고 멋진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살까>(박승옥 지음/녹색평론사)

   
 
풍요, 경쟁, 투쟁, 경제성장, 발전…. 민주화 20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한국의 압축 산업화는 분명히 한국사회를 '풍요'의 사회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그 풍요의 대가는 공동체 파괴와 공동체 정신의 해체였다. 오로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과 투쟁만이 존재한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지은이 박승옥 씨는 "'민주화 20년'조차 한국사회를 철저히 원자화된 개인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개인들을 양산해내고 사회 자체를 파편화로 내몬 '사막화 20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꾸짖는다.

한국사회가 누리는 풍요는 석유와 자연자원 덕택이다. 그러나 조만간 닥칠 석유정점(피크오일)은 자본주의 산업문명 붕괴의 전주곡이다. '잔치'가 끝나가는 것이다.

박 씨는 "석유문명에 토대를 둔 민중운동 진영의 사고와 행태들, 그리고 경제성장과 발전의 논리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민중운동의 기존 논리로는 결코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지속 불가능한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일은 아마도 혁명보다도 더 어려울지 모른다"고 절규한다. 304쪽. 1만 2000원.

◇ <세계화 시대 한국 자본주의 - 진단과 대안>(참여사회연구소 기획/한울)

   
 
현재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주류적 견해는 한국 경제와 민주주의가 정상적 개혁 코스로 가고 있으며, 지금의 문제는 선진국으로 가는 이행기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장통'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에 대해 보수 관점에서의 비판과 진보적 방향에서의 비판이 있다. 이 책은 '왼쪽으로부터 나오는 비판(진보적 방향)'의 관점에서, 자본시장 육성정책에서의 문제점이나 재벌개혁의 문제, 양극화의 함정 등 다양한 논의와 사례를 실었다.

1997년 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한국 자본주의 담론의 중요한 갈래들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한미 FTA 시대의 한국 자본주의 연구를 위해 디딤돌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참여사회연구소 측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참여사회연구소에 참여한 교수들이 쓴 논문으로 구성돼 있어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는다. 518쪽. 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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