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반송 주공아파트 세입자들 조사…서민들은 가고 여유 있는 사람만 남아

"아파트 노인정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주공 때 살았던 사람 나밖에 없어." 가운데가 조말임 할머니.
지난 2003년 창원대 건축학부 '건축과 사회' 시간에 흥미로운 과제가 제시됐다. 당시 겸임교수였던 허정도 건축사는 학생들에게 '창원시 반송주공 1~2단지 4560가구 주민들 중에서 주로 전세 입주자들이 어디로 이사하는지' 조사하게 했다.

당시는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주민들이 이주를 거의 끝내가던 시기였다. 조사 결과 이주 직전 전체 입주자의 50%를 넘던 세입자들의 이주지는 주로 김해시 장유면이나 창원시 동읍이나 북면, 대산면 등 외곽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이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라는 점은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이들이 시내에서 시 외곽으로 분산된 것은 확실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25일 현장취재에서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보강됐다. 1단지 재건축조합 이두섭 위원장은 "1단지 2250가구는 재건축승인 직후인 2002~3년 사이에 60% 이상 소유주가 바뀌었다"고 했다. 당시 10평형 매매가가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그 다음해 1억4000만원으로 널을 뛰었다. 재건축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각 가구별 소유주의 주소는 반송동과 용호동 등 창원 시내가 70%, 김해 장유가 30% 정도였다. 역시 도심에서 외곽으로 분산됐다는 결과였다.

"뿔뿔이 시 외곽으로 흩어졌지"

◇대부분 창원 외곽으로 빠져나가

당시 허정도 건축사는 조사결과와 함께 이런 데이터를 냈다. 1~2단지 전체 4560가구 중 실제 소유주가 거주하는 경우는 36.7%인 1670가구, 나머지 2890가구(63.3%)가 세입자였다. 이들 세입자에게는 이사비 명목으로 가구당 30만원씩이 지급됐다. 당시 반송주공 1~2단지는 모두 5층 건물에 가구당 평균 면적은 11.7평(10평형에 공동주거면적 산정)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는 전체 18층 높이에 39.3평의 가구당 평균면적을 가진 5309가구(1단지 노블파크 2699가구, 2단지 트리비앙 2610가구)가 입주했거나, 할 계획이다.

당시 2단지에는 2007년 8월 현재 트리비앙이 입주를 끝냈다. 이전 주공 소유주들의 재입주 비율은 40% 가량. 물론 이들도 재건축승인 전후에 소유주가 바뀐 경우가 많다. 재건축조합 김임조 위원장의 말도 같은 맥락이었다. "2002~3년 사이에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그때 3000만~4000만원정도 하던 아파트값이 1억5000까지 올랐다, 세입자든 소유자든 이주한 사람들 절반은 창원 외곽으로 흩어졌고, 40% 이상 김해 장유로 넘어갔다"고 기억했다. 특히 "없는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여유 있는 사람들은 남았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중간결론은 두 가지. 50% 이상의 입주자들이 창원 외곽과 김해 장유로 이사 갔다는 점과 주로 없는 사람들이 재입주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창원대 건축학과 '건축과 사회' 과목의 과제결과와 무관치 않다.

◇도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서민들

24일 오후 트리비앙아파트 노인정에서 금방 나오는 조말임(70대) 할머니를 만난 게 취재에 도움이 됐다. 그는 재건축공사 시기를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 줄곧 여기서 살아왔다. "한 6년 됐어. 중간에 공사한다고 마산 구암2동으로 갔다가 6개월 전에 다시 들어왔어. 처음엔 열평이었는데 지금은 30평이 넘어." 순간 할머니 표정이 뿌듯해졌다. "주공 때나 지금이나 매일 노인정에 나와. 매일 열댓명 나오지. 그때 할멈들은 지금 없어. 한명 나온대는데 잘 못 만나." "다 뿔뿔이 흩어졌지. 마산도 가고, 장유도 가고, 용지(?)도 가고…."

옆에 있던 할머니들은 각각 창원 명서동과 진해에서 이사 왔다고 했다. "지금은 이웃도 몰라. 누가 사는지. 높은데다가 맨날 애들만 보여."

조말임 할머니의 말은 함께 삼삼오오 노인정에서 나오던 다른 할머니들에게서도 확인됐다. 그들 대부분이 이전 반송주공에서는 살지 않았고, 트리비앙으로 새로 입주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그날따라 아파트 바깥에 군데군데 모여 있는 주민들에게서도 같은 반응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전에 여기서 살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하여튼 우린 아니야. 새로 왔어!"

2003년 당시 창원대 건축학부의 과제 결과는 결국 실증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는 없었다. 대략적인 추이가 확인됐을 뿐이다. 세입자들이 김해 장유나 창원 외곽으로 분산됐다는 것이다. 이는 소유주 중심으로 언급한 반송주공 1~2단지 재건축조합 위원장의 말에서도 확인됐다. 참고로 당시에 과제를 냈던 허정도 건축사의 결론은 이랬다. '결국 서민들은 쫓겨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남았다. 도시 안에서 서민들은 이동거리가 짧아야 한다. 부자들은 차도 있고, 상대적으로 시간도 많다.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이동경비가 많이 드는 외곽으로 쫓겨난 것은 도시정책의 실패로 볼 수 있다.'

이 기획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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