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체제 보장 미-비핵 확인

한 때 결렬위기까지 몰렸던 이번 6자 회담이 결국 타결된 것은 북한과 미국이 한발씩 양보했기 때문이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누누이 말했던 “북한은 핵을 폐기하고 미국은 안전보장을 제공하라”는 이른바 ‘일괄타결’ 원칙을 따랐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안에 핵확산방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으며,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고 확언했다. 북한과 미국이 핵 포기와 안전 보장을 맞바꾼 셈이다.

일보후퇴 ‘일괄타결’

특히 최근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핵 무기 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명시한 점은 주목된다.

더 나아가 북한과 미국은 관계 정상화도 약속했다. 북ㆍ미관계 정상화 약속에 따라 당연하게 북한과 일본도 지난 2002년 9월 ‘평양선언’에 따라 그들의 관계도 정상화하기로 했다.

경수로 문제만 해도 북한은 미래의 적당한 시기에 논의될 추상적인 경수로를 얻은 대신 현실적인 신포 경수로를 포기했다. 미국은 대신 절대 불가능하다던 경수로를 이번 합의문에 언급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세밀하게 따져보면 북한의 양보가 훨씬 컸다는게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의 분석이다.

백 실장은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했다”며 “비록 북한이 안전보장·북미관계정상화·중유와 전력 등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북한이 큰 양보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수로를 적당한 시기에 논의한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신포의 경수로를 포기하면서 나중에 다시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때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는 것을 다시 증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북한이 ‘현실적인’ 신포의 경수로를 ‘확실치도 않은’ 미래의 경수로하고 맞바꾼 것은 큰 결단이라는 것이다.

국제조사문제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이번 타결은 우리 정부가 말했던 ‘창조적 모호성’이 발휘된 것이다. 최종 타결이 아닌 지난 2002년 10월 불거진 2차 북핵위기에 일종의 매듭을 지은 것”이라며 “앞으로 갈 먼길의 첫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 합의문 자체는 ‘원칙 선언문’ 성격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절충한 것”이라며 “오는 11월 5차 6자 회담 등 앞으로 구체적인 이행합의문을 만들 때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에 대한 전력 제공안인 우리의 중대제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수로 여전히 문제…한국 중대제안 성과”

원래 신포의 경수로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은 중대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고 미국은 “한국이 전력을 제공하는데 왜 경수로가 필요한가?”라며 맞섰다. 이 와중에 우리의 중대제안은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하는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 3항에 따르면 한·미·중·일·러는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며 특히 “한국은 북한에 200만kw전력을 제공하는 2005년 7월 12일의 제안을 재확인했다”고 되어 있다.

경수로를 새로 건설하는데는 10년 정도가 걸린다. 기존 신포 경수로 공사에 재착수한다고 해도 완공에는 앞으로 4~5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만약 ‘적당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6개국이 합의한다면 이 원자로가 완공되어 전력을 생산할 때까지 북한에 전기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우리의 중대제안이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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