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 막을 내렸다. 이젠 무슨 낙으로 사나 하는 사람들도 많겠다. 나도 비슷한 부류다. 역사드라마도 드라마의 일종이라서 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주몽은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등 여러 면에서 이목을 끌었다. 때로 빈약한 전투장면 연출이나 늘어지는 전개가 없지는 않았으나 전반적으로는 호평을 받을만했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 또한 맛깔스런
아이들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미숙하나마 인생의 한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는 아이들을 보니 고맙고 대견했다. 비단 내 아이뿐이랴. 이 땅의 모든 졸업생들이 그렇게 스스로 대견해 해도 충분히 좋으리라. 특별하게 이룬 것 없어도 녹록지 않았을 조직생활을 견뎌내었다는 것,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다름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이 그만큼 성장
합천군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에는 3·1운동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러니했다. 3·1운동 당시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무수한 영혼들이 합천에서 벌어지는 명칭논란을 지켜보면 뭐라 할지 새삼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합천군민들도 난감할 터이다. 전국적으로 집중공격을 받다보니 합천이 마치 독재자를 비호하는 고장인 양 여겨지지만, 실상은 합천
연초부터 자살소식이 잇따랐다. 돈없고 설움에 겨워살던 노인들이, 취업안된다고 비관한 지방대생이, 그리고 우울증과 일부 누리꾼의 악플에 속상해하던 연예인 유니가 스스로 목숨줄을 놓았다. 가엾다. 그리고 안타깝다. 자살소식만 들리면 여기저기서 전문가집단의 진단이 나온다. 자살자들은 공통적으로 우울증을 앓았던 듯하니 반드시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고, 방치말고 치료
'씹어서 읽어라.' 책읽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할라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아무 생각없이 책속의 내용을 줄줄 읽지 말고, 또 얼른 읽어서 책 한권을 뗐다는 표피적인 성과만 남기지 말고 반드시 한마디 한마디를 음미하며, 또는 자신의 가치관과 비교하며 읽으라는 말이다. 이런 읽기 자세는 책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비판적으로 또는 창
지난 사설을 통해 2006년을 돌아본다. 이 작업은 우리사회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다. 언론의 속성이 그러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대강의 정리효과는 있을 테고, 2007년 풀어가야 할 과제의 틀도 보일테다. 더구나 내년엔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치른 올해도 내내 정치몸살이 끊이지 않았는데, 내년 또한
올해도 멀리 사는 식구들과 김장을 하고 왔습니다. 김장독에 김치를 넉넉히 채우고 나니 내년 한해도 든든해 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이런 감정은 결혼전이나, 막 결혼했을 즈음엔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입다. 김치가 다 뭐고, 김장을 왜 하는지조차 잘 몰랐지요. 오죽하면 한창 사춘기땐 김치말고 다른 반찬 없냐고, 김치만 먹다간 영양실조 걸리겠다고, 모친가
얼마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일제치하의 엘리트들은 민족독립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대단히 출세지향적이었다는 것이다. 고려대 학술대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발표자가 회고록이나 기고문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당시 전형적 화이트칼라였던 조선식산은행원들은 사상보다 취직, 민족보다 월급을 아주 중시했다고 한다. 기록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
부동산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부각료가 섣불리 내뱉은 말 한마디에 부동산시장이 엉망진창이니 책임을 지라는 언론의 주문도 계속됐다. 정부 말 믿고 기다리다 집 장만할 기회를 놓친 서민의 설움을 강조하면서,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정부라고 또다시 강조점을 찍는다. 언론의 지속적인 돌팔매질로 만신창이 될 대로 됐건만 정부는 실패가 아니라고, 좀 더 두고봐야
1. 한 청년이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유년은 고단했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고, 책도 별로 읽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파고 드는 근성이 있었다. 뭔가 뜯어보고 다시 만들어보는 일을 좋아했다. 청소년이 될 무렵엔 동네 집집마다 호출이 잦았다. 컴퓨터를 손봐 달라는 것이었다. 기꺼이 달려가서 고쳤줬고, 덕분인지 주위
어느새 열흘이다. 북핵실험보도가 나온 후 흐른 시간이다. 국제관계가 얽혀 있고, 핵실험의 원인진단부터 앞으로의 대응책까지 논란은 여전하다. 당연하다. 그러나 북핵실험 보도를 둘러싸고 독과점 일부 보수 신문이 보여준 행태는 퍽 유감이다. 우선 그 양을 보자.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 신문은 평균 18면 가량을 핵실험보도로 채웠다.
고령화사회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엊그제 통계청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명중 1명꼴(9.5%)이라면서 이만저만 문제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노인은 느는 반면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져 경제도 어려워지고, 또 노인부양부담이 크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고령화는 재앙인가. 부양할 젊은이는 없는데 복지비용 엄청나게 들어가는 노인만 늘어
사례 1. “얼마전 아이 선생님으로부터 이상한 전화를 받았어요. 중학생인 우리아이가 누구누구랑 친하게 지내는데 어울리지 말게 하라는 것이었어요. 그 아이 담임이라던데 그 아이와의 상담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면서 문제아라는 거예요. 이혼가정이라는 게 주된 이유인 것 같더군요. 내가 동네에 살면서 주욱 지켜본 바로는 그 애가 참 성실하고 괜찮은데 황당하더군요.
지난 2004년 7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문제되었을 때‘고구려사 왜곡은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며, 중국정부가 개입되어 꾸준히 준비된 것이며, 이런 흐름을 읽지못한 정부를 질타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조용한 외교운운하며 학술차원으로 접근하려 했고, 겨우 고구려연구재단을
바다이야기가 핫이슈다. ‘바다’에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는 물론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도박공화국을 부추긴 철학 없는 문화부의 죄, 하라는 심의는 제대로 안하고 업계와 유착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죄,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주의 정신에 투철하다 못해 푹 빠져버린 오락업계의 죄, 돈이면 안 되는 것 없는 뇌물관행구조 등등. 또 모른다. 대통령조카를 들먹이고
덥습니다. 하도 더워서 일이든 공부든 능률도 오르지 않습니다. 머릿속마저 하얘집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커서 냉방병이라도 걸려버리면 온 몸은 물먹은 솜마냥 축 늘어집니다. 잠자는 일도 고역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노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하루 하루 살아가야지요. 이런 날씨엔 육체노동하시는 분들,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나태해지려는 자신과 싸우
대개의 신문에는 사람들의 동정을 알리는 일정한 지면이 있다. 과거엔 기관장이나 단체장같이 사회고위층의 권위있는 인물이나, 특별한 공로를 세우거나 상을 받은 사람들이 주로 그 지면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권위주의와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사회전반에 민주화의 기류가 넘치면서 신문도 많이 바뀌었다. 특별한 사람들 못지 않게 보통사람들에게도 눈길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1914년 세르비아의 한 민족주의 청년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남부 슬라브족이 해방되어야 한다며, 사라예보를 순방중인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했다.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이른바 ‘사라예보의 총성’이다. 하지만 이 암살은 전쟁의 진짜 원인이 아니다. 당시 유럽 대다수 나라
1.프랑스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1953년 작품에 라는 희곡이 있다.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사람의 떠돌이가 고도(Godot)라는 인물을 기다리며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는 게 주 내용이다. 고도가 누구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작가조차 모른다고 했다. 고도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따라 다른 의
지난 12일 밤 호주와 일본 전을 지켜보며 우리는 열광했다. 석연치 않은 골을 내준 호주팀이 안타까웠고, 지독하게도 풀리지 않는 경기에 속상했으며, 들어갈 듯 들어갈 듯 하면서도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다. 그런데 막판 10분동안 호주선수들은 3골을 내리 넣었고, 한국민들은 우리 일처럼 기뻐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별난 민족이야’라고 했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