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을 본 후 잠시 자문해봤다. '나라면 저걸 취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 같았다. 지역신문 기자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내 선입견 속 국정원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이 증거로 제출한 중국 화룡(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출입경 기록이 조작된 것임을 밝혀내는 최승호 감독의 패기에 나는 더 기가 죽었다. 설마 국가기관이 중국 외교문서까지 조작한다는 것은 내 상상력을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슬프다!탄핵을 막지 못했다!진주정신, 논개정신 외치며 호소했는데~사즉생 생즉사인데~의혹이 대한민국을 삼켰다!"위 인용문은 새누리당 진주 갑 박대출 국회의원이 9일 오후 5시 4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피플파워(People Power·민중의 힘)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민중항쟁의 결과가 어떻게 기록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만으로도 또 한 번 대한민국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지역신문과 기록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던 지난 2008년, 80년대 경남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26회에 걸쳐 에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절실히 느꼈던 것이 지역신문은 '당대의 역사기록물이 되...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 성심당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대전의 빵집 성심당 직원들은 유니폼을 벗고 시위대에 잠입, 빵과 비닐랩(최루탄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을 나눠주었다. 전경들에게도 빵과 물을 나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성심당을 보건범죄로 엮어 사법처리를 시도했다.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였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직전, 노태우의 6·29 항복선언이 나왔고 성심당 업주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경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표창장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위 현장에서 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여론조작 대상으로 삼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트위터였다. 물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와 포털의 토론방도 대상이었지지만, SNS는 트위터가 유일했다. 드러난 것 만으로도 ...
올해 저희가 펴낸 이라는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월간 11월호 별책부록 에 인용, 수록되었습니다. 종교에 문외한이어서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는 창간된 지 30년이 넘은 전통과 권위 있는 잡지더군요. 수록된 부분은 2화 '채현국이 강연장에서 고함을 지른 까닭' 중 26~28쪽에 있는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신나게 하라'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채현국 어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잘 하려는 마음이 자꾸 들지 않습니까? 공부 잘 ...
"저자는 여든을 앞둔 아버지와 함께 남강 구석구석을 걸으며 남강에 얽힌 이야기를 캐낸다. 189㎞에 이르는 물길 따라 흐르는 이야기엔 즐거운 추억도 많지만, 거대한 역사 속에서 스러진 민중의 애환도 상당했다. ---중략--- '여행'에 국한되지 않는 귀한 사료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이 책은 최초로 남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을 기록한 책인 동시에 자랑스러운 인물 이야기와 민중의 절규가 서린 역사의 현장도 담고 있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머리말에서 저자의 '남강 사랑'이 뚝뚝 떨어질 듯 묻어난다. 경남의...
지난 금요일 동갑내기 친구들과 진주에 다녀왔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 특별전을 보러 간 김에 유등축제 준비가 한창인 진주성과 남강 일대도 둘러봤다. 다음날인 토요일에도 의무경찰로 근무 중인 아들 덕분에 다시 진주에 갔다. 때마침 진주성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가림막 반대, 유료화 반대’ 집회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구경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은 지난 1년 내내 진주지역 최대 이슈였다. 시민단체는 지난해 축제기간 중 끊임없이 ‘가림막 철거’를 외쳤고, 시민과 관광객으로부터...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남석형 기자가 '낙동강 어민의 삶'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3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는데요. 낙동강 어민 김무생(69) 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쓴 '이야기 기사'였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던 1977년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낙동강 어민의 40년 삶을 통해 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담담히 풀어쓴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수질 오염 심각' 등의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이 기사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어용학자들이 터무니없는 ...
지난주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이라는 디지털 저널리스트 양성 교육에 강의를 다녀왔다. 내가 맡은 강의주제는 '지역신문의 디지털 뛰어넘기'였다.그냥 디지털 분야에서 우리가 해온 실험과 성과를 약간 뻥튀기하여 ...
제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자고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비난하면 안 된다. 나는 그리 배웠다. 즉,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나 황인으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여자로, 또는 남자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잘 생긴 것도, 못 생긴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키가 작고 큰 것도 마찬가지. 그렇게 보면 키 작다고 놀리는 것도 인종 차별 혹은 장애인 차별이나 똑 같다. … 내 용모도 내가 선택한...
말이 참으로 저열하고 천박하다. 진주인터넷뉴스 전 대표 김은영이라는 분이 강민아 진주시의원(이후 존칭 직함 생략)에게 보낸 메시지 말이다. "칡뿌리 질근질근 씹으면 달제?? 나도 니를 질근질근 씹어먹을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누구든지 책에 대한 한 줄 평(評)을 적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출간한 책 에는 이런 한 줄 평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럿일 겁니다. 그 가운데서 사람 만나는 재미가 제일입니다. 딱 맞는 책!" 기분이 흐뭇했습니다. 자랑삼아 이 글을 제 페이스북에 링크했습니다. 그랬더니 진주에 사는 이영균 선생님이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셨더군요. "고미숙은 최근에 낸 (북인드라망)에서 '사람보다 더 흥미롭고 심오한 텍스...
한 건축업자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린 급여 440만 원을 모두 동전으로 바꿔 지급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무려 100원 짜리 동전 1만 7505개, 500원 짜리 동전 5297개였다. 경남의 한 소도시 건축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존' 씨 등 동료 4명은 지난 9일 오후 5시 20분께 업주 장모 씨로부터 그렇게 밀린 급여를 받았다. 존 씨는 "사장님이 여러 개의 자루에 담아온 동전을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모두 쏟아붓고 발로 밟으며 500원 짜리와 100원 짜리를 모두 뒤섞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
서울에서 언론계 선배 세 분이 마산에 왔습니다. 여기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모제에 참석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한나절 동안 마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첫 행선지로 3·15의거 국립묘지를 택했습니다. 분향대에서 묵념을 하고 김주열 열사를 비롯한 희생자들의 묘를 둘러봤습니다. 모두들 잘 왔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참배를 마치고 기념관에 들렀습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이에 항의하는 마산시민, 그리고 3월 15일 1차 항쟁과 경찰 발포 및 학살, 4월 11일 마산 ...
최근 읽은 지승호의 책 에는 '공감'이란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글쓰기라는 건 삶의 태도가 묻어나는 일이다. … 글쓰기 재능이 있다면 그건 문장력이 아니라 공감하는 능력이 아닐까. 공감을 해야 관찰이 시작되
채현국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이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와 전북 정읍시가 제정한 동학농민혁명대상 제6회 수상자로 선정됐다.7일 오후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거행된 제49회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
아름다운 사람들과 지금 함께 합시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4년 전보다 노년층 인구 비율이 크게 늘었음에도 우리 국민은 불통 정권을 심판했습니다. 노령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보수 지지층도 비례하여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그 세월만큼 국민의 수준과 의식이 높아지기도 하니까요. 저희 도서출판 피플파워는 지난 2월 말 에 이어 4월 들어 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
재작년쯤이었을 게다. 진주에서 몇 번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는 한 정치인을 만났다. 대뜸 그가 내게 물었다. "김두관 (전) 도지사가 김 국장 말을 가장 잘 듣는다고 하던데, 왜 중도사퇴하고 나갈 때 적극적으로 ...
제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명받았습니다. 한 선배는 일단 경찰서에 들어가지 말고, 사나흘 걸리더라도 그 경찰서를 '조지는' 기사를 찾아 신문에 한 방 터뜨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기사가 신문에 나온 날, 경찰서장실을 발로 차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새로 온 출입기자'라며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시킨 대로 하진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초짜기자를 훈련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경찰 고위직에 기죽거나 주눅들지 말라는 뜻이 담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