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한국사회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 마련' 토론회

온라인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난무하는 혐오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혐오의 표적이 되는 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 이들 집단이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공론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한국사회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발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혐오표현의 대상은 주로 사회적 소수자로 인지되는 집단의 구성원들인데 이들 집단에게 공포감, 위축감, 좌절감, 내면의 자기부정을 야기한다"면서 "혐오표현이 특정 개인에게 이뤄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를 칭하는 경우에도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공포와 위축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지난 2016년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혐오표현 표적이 된 집단 구성원들은 심리적 두려움이나 슬픔, 지속적인 긴장감 등으로 일이나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혐오표현 해악성 측면에서 표적집단 구성원의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국가가 대응조치를 취할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법적 규제의 한계가 있음을 짚었다. 그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일시적인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효과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표적집단에 대한 제도적·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명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는 특권의 표출인 동시에 불안과 분노의 산물"이라면서 "혐오의 대상이 아닌 수행자로 스스로를 상상하고 위치지울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안전'은 불안하고 유동적이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혐오표현의 여러 배경들 중 문제는 차별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혐오에 맞서려고 한다면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차별이다. 차별을 인식하고 그것을 철폐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에만 혐오도 사라질 수 있다"며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거나 성소수자혐오를 선동하는 행위들을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규제가 필요하다. 표현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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