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협 효시'차기 수장은?
후보들 "경영정상화 내가 적임"
현직 빠진 무주공산·3명 경쟁
부실운영에 공감…해법 제각각

거제수산업협동조합(거제수협)은 대한민국 수협 효시(嚆矢)로 불린다. 1908년 설립한 '거제 가조어기 모곽전 조합'이 모태로 100년이 넘는 발자취를 자랑한다. 이러한 상징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역대 조합장 2명(박종식·정상욱)이 수협중앙회장을 여러 차례 지내기도 했다. 명실공히 전국 수협을 대표해온 셈이다. 지역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현 김선기 조합장이 출마 의사를 접은 터라 다음 조합장을 노리는 인사들의 표밭 갈이가 치열하다. 3파전 양상으로 김종천(60) 전 거제시 조선해양관광국장, 성충구(66) 전 조합장(13·14대), 엄준(54) 명등수산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국장은 첫 도전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몇 차례 선거에 나선 경험이 있다.

김 전 국장은 자신이 수산 전문가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거제수협은 최근 부실 경영으로 전국 91개 수협 중 2017·2018년 적자 조합이고, 조선업 침체와 어업 환경 악화로 올해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조합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이끌고 책임질 수 있는 조합장은 수산 행정과 경영 전문가라야 한다"고 밝혔다.

94FAFD7F-3D69-4BE0-8044-53CF28396DA0.jpeg

또 "수산경영학을 전공해 36년간 해양수산 공직자로 근무했다. 조합장이 된다면 유연한 성품으로 수협 조직을 정비하고, 기득권을 배제하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창의와 혁신으로 바다·어업·어촌을 위해 열정적으로 조합장 역할을 수행해 위기에 처한 수협과 어업인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 전 조합장도 거제수협이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는 "자본 잠식이라는 위기에 처한 거제수협을 살려야 한다. 전국 수협 중 상위권에 진입했던 거제수협의 추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조합원과 임직원이 단합해 풍랑 속에 표류하는 거제수협을 구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대처할 경륜을 갖춘 노련한 조합장이 필요한 때다. 수직이 아닌 수평적 위치에서 어업인과 함께 일한 6년 동안의 조합장 경험 등을 토대로 서민적인 조합장의 길을 걸으리라 자신한다"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강력한 내부 통제로 비용을 절감하는 등 3800여 명 조합원의 꿈과 희망이 있는 거제수협을 위기에서 반드시 구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전임 조합장들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대한민국 수협의 효시이며, 최고의 조합으로 명성을 드높여온 거제수협이 전임 조합장들의 반목과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합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고, 조합원 한 분 한 분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최고 조합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고자 출마를 결심했다"며 무엇보다 조합 정상화에 온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엄 대표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14일 현재 거제수협 조합원 수는 3800여 명이다.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는 3832명을 선거인 수로 집계하고 있다. 다음 달 13일 지역 14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선거 쟁점은 조합 실적 하락에 따른 옛 명성 회복 등이 꼽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