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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17) 방어

쫄깃·담백…지금이 맛조수다〈'맛있습니다'제주도 사투리〉
제주 여행 중 모슬포항서 만난 방어
11~2월 제철, 클수록 부위별 맛 다양
회로 먹고 머리 구이, 뼈·내장 탕으로
조림·튀김도 별미…버릴 것 하나 없어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9년 01월 22일 화요일

딱 1년 전입니다. 제주도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새해를 맞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제주도 푸른 바다 위로 붉게 떠오르는 해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마침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새해 들머리는 평소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 지난해 11월 제주 모슬포항에서 개막한 제18회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맨손으로 방어 잡기 체험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때 묵은 숙소가 모슬포항 근처였습니다. 모슬포는 제주 남서쪽에 있습니다. 가파도와 마라도로 가는 뱃길의 시작입니다.

모슬포 하면 방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방어는 고등어와 참치를 조금씩 닮은 생선입니다. 겨울철이면 제주도에서 잡히는 부시리나 잿방어와 같은 과입니다.

무게에 따라 소방어, 중방어, 대방어로 구분합니다. 소방어는 2㎏ 미만, 중방어는 2~4㎏ 정도, 대방어는 4㎏ 이상인 거대한 녀석입니다.

모슬포항 근처는 방어 전문 요리점으로 가득합니다. 방어 성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어느 한 곳을 고르기가 몹시 어려워 숙소 주인에게 추천을 받았습니다.

▲ 방어회를 즐길 때 제주도에서는 보통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넣은 쌈장을 곁들인다. 묵은지로 싸서 먹기도 한다.

모슬포항에서는 아마 어느 식당을 가도 중간은 할 겁니다. 아무렴, 겨울 방어인데 맛없기가 더 어렵겠죠.

여러 맛을 느끼고 싶어 방어 코스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방어 한 마리를 남김없이 여러 요리로 내어 줍니다.

방어회는 기본이고 머리는 구이로 냅니다. 조림과 튀김은 별미입니다.

방어 특징은 기름기입니다. 겨울철 추운 바다에서 견디려면 지방을 축적해야 하죠. 방어 뱃살이 참치 못지않은 까닭입니다.

방어와 부시리는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 일쑤입니다. 방어와 부시리 모두 눈이 위턱과 일직선상이라, 눈만 보고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려면 주둥이 위턱 모양과 가슴지느러미·배지느러미 길이를 봐야 합니다.

위턱 뒤쪽에 모서리가 각이 있으면 방어고, 둥글하면 부시리입니다. 부시리는 가슴지느러미가 배지느러미보다 짧습니다. 방어는 두 개가 비슷한 길이입니다.

방어 제철은 11월부터 2월까지입니다. 산란기가 2월에서 6월이라서죠. 겨울 방어는 으뜸으로 꼽지만,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합니다. 기생충이 많아서죠.

▲ 방어회 한 점을 입에 넣어 봤다. 붉은 살 생선 특유의 풍미가 생생했다.

방어는 큰 녀석일수록 맛이 좋습니다. 작은 녀석은 부위별로 맛을 즐기기 어렵고, 대방어는 돼야 뱃살·속살·담기골살·꼬리살 등 각각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방어는 혼자 먹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과 대방어 한 마리 나눠 먹으며 살가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네요.

방어 활어회는 얇고 넓게 썰어 냅니다. 숙성 방어회는 두껍게 썹니다. 식감에 따라 두께를 조절하는 겁니다.

마침 김려가 쓴 한반도 최초 어보 <우해이어보>에도 방어가 나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양타'라는 생선이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양타는 가방어(가짜 방어)라고 일컫는데, 방어보다 주둥이가 뾰족하다고 합니다. 맛이 별로 없지만 방어 일족이라고 하네요.

바닷물고기 중 가장 크고, 큰 녀석은 한 수레에 가득 찬다고 기록합니다. 아마 잿방어나 부시리를 언급한 듯합니다.

모슬포도 유명하지만, 세종 때 쓴 <경상도지리지>를 보면 방어는 동평현 토산공물조에 들어 있습니다. 동평현은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동과 영도구 일대에 있던 지방 통치 구역입니다.

<세종실록>을 보면, 방어는 대구·연어와 더불어 함경도·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으로 쓰여 있습니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인지라 어가에서 방어를 잡아 기름을 채취하기도 했다네요.

동해안에서 가을에 멸치를 잡다가 방어 방해를 받기도 했답니다. 멸치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는데 방어 떼가 걸려 그물이 대파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방어 어획량은 1920년대 급증해 1924년에는 6000t이 잡혔다고 합니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방어회 한 점을 입에 넣어 봤습니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붉은 살 생선 특유의 풍미가 생생했습니다.

▲ 겨울에 제주도를 들르면 방어를 꼭 먹어보자. 기름기가 풍부한 방어는 회로 곧잘 먹는다. /최환석 기자

고추냉이 간장을 곁들여 먹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보통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넣은 쌈장을 곁들인다고 합니다. 묵은지로 싸서 먹기도 하고요.

기름기가 많아 질리지 않고 든든하게 먹으려면 그 방법도 나쁘잖겠습니다.

소금으로 간을 해 구운 머리도 일품이었습니다. 회를 뜨고 남은 방어 뼈와 내장은 탕으로 즐깁니다. 이래저래 버릴 것 없는 귀한 음식재료입니다.

방어처럼 여러 면으로 이로운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동안 모자란 음식 기사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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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기사 읽을 때 제목부터 보시죠? 그럼 저랑 가장 먼저 만나는 겁니다. 편집부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