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의회 윤리위 유명무실…"주민 참여해야"
정치공방·제 식구 감싸기 빈번
거제 도내 첫 상설기구화 주목
전문가 "시민참여 제도화 필요"

최근 경북 예천군의원의 '가이드 폭행' 추태로 시군의원 자질 점검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있다. 도내에서는 밀양시의회 의장과 의회운영위원장 간 폭행 사건이 뜨거운 이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윤리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않아 실추된 시의회 명예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에 시군의원이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을 때 솜방망이 징계를 막을 강력한 윤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상설 윤리특별위원회의 맹점 = 현재 시군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대부분 사안이 있을 때만 구성하는 비상설기구로 제정돼 있다. 이렇다 보니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징계 사유가 충분함에도 윤리위 구성 사안인가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 의견이 갈려 윤리위 구성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의회 원 구성상 다수당 압박으로 말미암아 윤리위 구성이 불가능한 의회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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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열린 밀양시의회 본회의. /밀양시의회

밀양시의회는 현재 13명 의원 중 민주당 5명, 한국당 8명이다. 이에 윤리위 구성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면 한국당 의견이 강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한국당 의원이 윤리위에 회부될 상황이라면 반대 가능성이 크다.

윤리위를 정치 공방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양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김효진(한국당) 의원이 이상걸·차예경(민주당) 의원의 수정예산안 통과를 비판하는 5분 발언을 문제 삼아 '의원 모욕'으로 윤리위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끼리 1차례 윤리위를 소집했고 결론 없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거제시의회 결단은 한 줄기 희망이다. 거제시의회는 2018년 7월 도내에서 처음으로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제정했으며, 8대 의원 6명(더불어민주당 4명·자유한국당 2명)을 위원으로 선정했다. 상설 윤리위는 '사안이 발생하는 즉시 개최'하는 시스템이다. 2017년 의원들의 금품수수 혐의, 음주운전 사고, 무면허 운전 등 의원 품위를 훼손한 사안이 잇따랐음에도 모두 윤리위 구성이 무산됐던 쓰린 고통을 감내한 결과다.

그나마 도내 의회에서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물의를 빚은 의원을 징계한 사례는 8년간 고작 8명뿐이었다.

◇주민 참여 상설 기구로 = 윤리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원들이 동료 의원을 징계해야 하는 절차를 진행하므로 제 식구 감싸기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나 주민들은 윤리위를 구성할 때 주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위원장도 주민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리위원장을 포함해 주민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의회 규칙을 정할 때도 의회감사위원회를 두어 주민이 의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이 이런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중앙정부가 권고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자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주민들이 깨어나 이런 문제점을 공유하고 의원들을 압박해 의회가 제도를 채택하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밀양시민 이모(56·삼문동) 씨는 "시민이 선출한 의회 의장이 폭행 사건 당사자인데도 인터넷 생중계도 안 되는 본회의에서 사과만 하고 각종 행사에 버젓이 참가하고 있다"며 "차라리 시민들이 외부 윤리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현재 윤리위 맹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현행 '윤리특별위-본회의' 단계에 앞서 주민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자문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자문위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시군의회 의원 징계안을 권고하면 의원들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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