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도시 양산서 '더불어 사는 삶'꿈꾼다
7년여 카페 운영한 청년사업가
마을주민 교류하는 공간 지향
공연·독서모임 프로그램 마련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건 분권정책 비전입니다. '주민이 주인'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마다 분권 의지를 보이지만, 주민들은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요? 주민 삶에 직결된 문제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역 현안을 두고 이들이 내는 작은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조금 더 살기좋게 바꾸는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단체들을 찾아 그들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양산은 낯선 이방인의 도시다.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로 수많은 이가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저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옮겨왔지만 낱개로 흩어져 있는 양산에서 '마을'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소소서원 이우석(38) 대표는 몽상가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꿈을 7년 넘게 이어왔다는 사실에서 더는 그를 치기 어린 청년사업가로 보기 어렵다.

▲ 양산 소소서원 이우석 대표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이현희 기자

2011년 물금읍 범어택지에 '소소봄'이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어 마련한 이곳에는 '카페사회사업가'라는 생소한 명함을 건네는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7년 세월이 지나 그는 경찰서 뒤편으로 자리를 옮겨 '소소서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소소서원으로 옮긴 까닭은 '마을에서 중요한 것은 오래 함께하는 일'이라는 신념에서다. 그는 "임대료를 주고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더 힘들었다"며 "그동안 카페를 찾은 많은 이웃에게서 마을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어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카페에 '서원(書院)'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되돌아보자는 바람에서다.

▲ 양산 소소서원 외부. /이현희 기자

그는 "유럽에서 카페는 사람이 교류하던 곳이지만 과거 우리에겐 그런 공간이 없었다"며 "대신 동네 빨래터 등에서 만남이 이뤄졌고 그 가운데 청년이 함께 공부하던 서원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무도 옛 서원을 찾지 않지만 함께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공간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현대식 건물 안을 들어서면 한옥 디자인을 빌린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청년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비용을 마련해 터를 잡고 건물을 짓는 일 자체가 스스로 말하듯 인생 모든 것을 던진 도전이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여러 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남을 돕는 일이 좋아 시작했지만 공부를 거듭할수록 보편적 삶에 대한 관심이 깊어갔다.

▲ 소소서원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독서모임 주관으로 '지역작가 초청 북 콘서트'를 하고 있다. /소소서원

그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는 '보통의 삶'이다. 그리고 '보통의 삶'이 모여 서로 보듬고 균형을 이루는 곳이 '마을'이다. 그는 "요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결국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며 "지친 이들이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것처럼 혼자였던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마을"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복지관에서 해온 일과 이곳에서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며 "마을 주민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은 오히려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 더 큰 성과를 낳기도 한다"고 했다.

복지관에서 어려운 이를 위해 후원저금통을 나눠주듯 팁 상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일은 이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주민을 위한 마을 공연을 열고, 매달 독서모임을 진행한 것 역시 '보통의 삶'을 함께 나누려는 시도다. 지역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생활강좌를 제공하는 일도 복지관에서 하던 일을 마을로 옮겼을 뿐이다.

이웃과 함께했던 시간은 엄마 손을 잡고 처음 카페를 찾았던 아이를 청년으로 자라게 했다. 새내기 대학생은 사회 초년생으로, 또는 어느덧 가족을 꾸렸다. 그들과 함께 여전히 그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소확행',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마을'에서 찾는 그가 오랜 세월 이곳에서 이방인의 도시, 양산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