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굽혔을 때 통증 덜하다면 디스크 아닐 수도…
척추관 좁아져 신경 압박 '퇴행성 질환'
디스크증상 비슷…자세따라 통증 완화
증세 가벼우면 약물·물리치료로 충분
바닥 생활보다 의자 생활이 예방 도움

오래 앉아있는 생활과 운동 부족 등으로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허리 통증을 겪게 마련이다. 그러면 보통 '디스크'라고 말하는 '추간판 탈출증'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허리 통증의 원인은 추간판 탈출증만이 아니다. 추간판 탈출증과 비슷하게 척추관의 신경이 눌려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관 협착증. 창원시 마산회원구 서울병원 신경외과 박성진 원장의 도움말로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 알아본다.

▲ 서울병원 신경외과 박성진 원장은 바닥 생활보다 의자 생활을 하면 퇴행성 질환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정 기자

◇척추관 협착증이란 = 먼저 척추관이란 무엇일까. 앞으로는 척추의 앞부분인 추체, 추간판(디스크), 뒤로는 척추의 뒷부분인 추궁판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을 척추관이라고 한다. 척추관은 뇌에서 나와 목뼈(경추), 등뼈(흉추)를 지나 허리(요추부)에서 다리와 발(하지)까지 이어지는 신경의 통로이다.

척추관 안에는 상요추까지는 연수에서 연장되는 척수가, 그 아래에는 척수에 연결되는 신경근의 다발인 마미가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압박받는 상태로, 주로 허리에서 발생한 것을 말한다. 척추관 협착증 원인은 선천적인 것부터 후천적인 것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퇴행성이 많다.

박 원장은 "젊은 사람에게 단순 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많다면, 나이 든 사람에게서는 척추관 협착증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추간판 탈출증은 디스크만 뒤로 밀려 척추관이 좁아지는데, 척추관 협착증은 디스크뿐 아니라 뼈가 자라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 여러 가지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척추관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증상 = 척추관 협착증도 신경이 눌리면서 증상이 나타나므로 추간판 탈출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하지 방사통.

박 원장은 "하지 방사통은 사람에 따라 설명하는 표현이 다르다. 다리가 저린다거나 당긴다거나, 시리다거나, 전기가 찌릿한다거나 하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모두 신경이 눌리면서 증상을 느끼는 것"이라며 "추간판 탈출증도 주요 증상이 하지 방사통이므로, 증상만으로는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활동에 의해 악화되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자세에 따라 신경길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가도 쉬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 허리를 굽히면 신경길이 넓어지기도 한다. 즉 허리를 굽힐 때 덜 아프다면 척추관 협착증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통증을 덜 느끼기 위해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는 자세를 자주 취하게 되므로, '꼬부랑 할머니'는 척추관 협착증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추간판 탈출증은 자세에 따라 증상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박 원장은 덧붙였다.

◇진단과 치료 =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병력 청취이다. 즉 주증상이 무엇인지 등을 문진하게 된다. 그후 하지 감각 등을 신체 검사하고, 방사선(X레이) 검사를 한다. 필요에 따라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하기도 한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인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보존적 치료란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기본으로 하는데, 효과가 없으면 주사치료를 하기도 한다. 주사치료는 눌리고 있는 신경에 직접 주사하는 신경차단술을 말한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 수술의 전 단계로 할 수 있는 '시술'로는 신경 성형술, 풍선 확장술 등이 있다.

신경 성형술이란 신경관에 카테터를 넣어 협착이 있는 부위에 약물을 주입, 염증이나 신경 부종을 감소하고 유착을 감소하는 방법이다. 풍선 확장술은 신경 성형술을 하면서 좁아진 부분에 일종의 풍선을 불어 물리적으로 척추관을 확장해 압박받는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한다.

수술로는 직접 절개하는 방법뿐 아니라 척추 내시경을 이용,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최소침습척추수술이 많이 행해진다.

박 원장은 "척추 내시경을 통해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협착된 부분을 풀어주고 신경을 누르고 있는 일대의 뼈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핀을 넣어 척추뼈 사이를 연결하는 척추 유합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추간판 탈출증과 마찬가지로 척추관 협착증도 모든 환자가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경이 눌리더라도 24시간 아픈 것은 아니다. 보존적 치료를 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통증과 증상이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며 "통증 양상이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우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발목이나 발가락 등에 마비가 온 경우는 원칙적으로 수술로 치료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방 = 세월과 함께 찾아오는 퇴행성 질환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일까. 박 원장은 "피하는 것은 어렵지만 늦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에 제일 도움되는 것은 바른 자세와 같은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박 원장은 바닥 생활이 허리 건강에 아주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바닥 생활을 하면 척추관 협착증이 빨리 올 수 있다. 바닥에 앉게 되면 발과 허리 높이가 같아지는데, 그러면 허리에 무리가 심해진다. 의자에 바르게 앉는 자세는 허리에 자극을 덜 주게 돼 퇴행성 변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행성 변화는 방치하면 가속화된다. 2∼3일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통증을 치료해야 한다. 통증이 있어도 약을 쓰는 것을 꺼리고 참는 사람도 있는데, 요즘은 참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통증이 있으면 바른 자세를 취하기 힘들어 허리에 더욱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다거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도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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