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다녀요"경부고속도로의 25배〈1종 승용차 기준·㎞당 단가〉
범시민대책위 창립 뒤 인하운동
할증료 과도…물류비 되레 부담

한때는 새로운 '꿈의 바닷길'로 불렸다.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를 다리와 해저 터널로 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는 오갈 때 드는 돈이었다. 거제시 연초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을 잇는 '거가대로(길이 25.72㎞)'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붙은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 움직임과 경남도·부산시 입장, 국내 다른 교량의 통행료 등을 1·3면 '몰비춤'으로 진단했다.

2011년 개통 전에 통행료가 1만 원이 넘을 거란 얘기가 나왔다. 당시 김해연 경남도의원 등 지역 정치권에서 턱없이 비싸다며 반발했다. 각종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이 길로 주로 다닐 거제 주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런데도 별 소용 없었다. 통행료가 예정치(1만 1000원대)에서 찔끔 내린 1만 원(소형차 기준)으로 정해져서다.

통행료 징수 기간(40년)을 고려하면 이용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은 부당하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으로 맞섰다. 감사 결과 적정 수준 인하를 권고했지만, 이미 정한 통행료를 낮추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가면서 통행료 인하 움직임도 흐지부지됐다. 이제는 빠른데 '비싼 바닷길'로 통한다.

여러 해가 흐른 지금, 거제에서 또 들고일어났다.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엔 통행료를 꼭 내리겠단 각오다. 지난달 20일 창립총회를 거쳐 공식 출범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주축이다. 범대위는 뒤이은 집행위원회 구성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13일에는 거가대교 개통 8주년을 맞아 경남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통행료 인하 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래전 꺼진 줄 알았던 들불이 다시 불붙었다.

▲ 거제시 연초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을 잇는 '거가대로'(길이 25.72㎞)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범대위 요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비싼 거가대교 통행료를 내려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범대위는 "거가대교는 총 8.2㎞의 민자사업 구간 통행료를 편도 1종 승용차 기준 1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385㎞인 경부고속도로 1종 승용차 기준과 ㎞당 단가로 비교하면 약 25배이고, 3종 화물차 기준으로는 약 6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효용 가치라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해 비슷한 규모의 민자유치 사업인 인천대교 통행료(1종 승용차 기준 5500원)와 비교해도 ㎞당 4배가 비싼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대교(18.4㎞) 통행료의 ㎞당 단가는 300원가량이며, 거가대교 통행료의 ㎞당 단가는 1220원가량이다.

차종별 요금 기준도 만만찮다. 범대위는 "일반 고속국도 기준 3종 화물차는 약 7% 할증인데, 거가대교는 무려 150%라는 말도 안 되는 할증료를 부과해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이 주력인 거제지역 실정에서 과도한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줘야 함에도 통행료 부담으로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거가대교 대형차(2축 차량, 윤 폭 279.4㎜·1800㎜ 초과) 통행료는 2만 5000원이고, 특대형차(3축 이상 차량)는 3만 원에 달한다. 물류비용 절감과 국가 경쟁력 제고, 지역 개발 촉진 등 애초 거가대교 건설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연간 차종별 통행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거가대교 통행량은 개통 첫해인 2011년 776만 7644대로 이 가운데 대형 23만 5481대, 특대형 13만 747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행량은 920만 2827대에 대형 21만 5630대, 특대형 12만 9597대를 기록했다. 그 사이 전체 통행량은 100만 대 이상 부쩍 늘었는데, 대형이나 특대형차 통행은 적게는 7800여 대에서 많게는 2만 대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 거가대교를 가장 많이 이용한 차량은 소형이다. 2011년 669만 630대, 2017년 773만 1252대로 한 해 통행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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