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년시절 경험 고스란히
엄마와 이별·익숙지 않은 슬픔
떠나는 자와 남은 자 중 누가 더 슬플까. 어린 시절 시끌벅적했던 명절이 끝나고 모두가 각자 제집으로 떠나면, 할머니와 남은 아이는 남겨진 자의 쓸쓸함을 알았다. 자신도 떠날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6살 프리다(배우 라이아 아르티가스)는 갈 곳이 없다. 엄마가 아파 세상을 떠났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카탈루냐 시골의 외삼촌 집에서 살아야 한다. 외삼촌 에스테베(배우 다비드 베르다거), 외숙모 마르가(배우 브루나 쿠시)가 잘해주고 사촌 동생 아나(배우 파울라 블레스)와 노는 게 즐겁지만 상처와 아픔은 아주 쉽게 찾아온다. 가끔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지냈던 할머니와 이모들이 찾아오지만 그들은 결국 또 떠난다. 프리다는 이곳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늦은 밤 가방을 꾸리지만, 어두워서 내일 떠날 마음을 먹는다.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연출 카를라 시몬, 스페인)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의 엄마 네우스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나올 때 먹먹함이 더해진다.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작품인 만큼, 영화는 프리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프리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큰 사건이나 위기가 없는 전개임에도 둘의 말투와 표정에서 극의 긴장감이 돌고 이완된다.
프리다는 외숙모에게 괜한 고집을 부린다. 외삼촌이 아나에게 건네는 다정 어린 말투와 손짓도 서운하다.
프리다는 우연히 동네 작은 숲에서 본 성모 마리아 조각상을 엄마라고 속삭인다. 외숙모 가방에서 훔친 담배를 엄마 선물이라며 두기도 한다. 프리다는 울적할 때마다 그곳을 찾아 조각상을 쓰다듬는다.
프리다는 스스로 잘 안다. 외삼촌 집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른들이 바라는 것일 뿐이다. 슬픈데 울지 않고 외롭지 않은 척하기란 참 어렵다. 이는 괜한 미움으로 자라난다. 그래서 아나와 숨바꼭질을 하며 숲 속에 동생을 잠시 두기도 한다. 이 탓에 아나는 팔을 다치고 속상하고 미안한 프리다는 외숙모를 위해 꽃을 꺾어 마음을 전한다.
어느 날 물놀이를 하던 중 아나가 물에 빠지고 만다. 프리다는 자신이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고 아나에게 말했을 뿐이었다. 크게 우는 아나를 안은 외삼촌은 프리다에게 화를 낸다. 프리다는 그때도 깊은 물 속에서 발을 쉴새 없이 움직여야 했다. 빠지지 않으려고. 프리다는 줄곧 외삼촌 집에서 이렇게 생활했던 게 아니었을까.
프리다는 "난 언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아나를 좋아한다. 또 생리통 탓에 누워있는 외숙모에게 아프지 말라고 말한다. 외삼촌과 아나가 춤을 추면, 그다음에는 프리다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새가족이 되는 걸까….
목욕을 끝내고 침대에서 방방 뛰어놀던 프리다와 아나. 뭐가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는다. 이를 본 에스테베는 침대에서 뛰지 말라고 경고하며 둘과 장난을 친다. 너무나 즐겁다. 그런데 프리다는 왈칵 울음을 터뜨린다.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다. 그러곤 영화는 끝이 난다.
1993년을 배경으로 한 카탈루냐의 아름다운 여름날, 눈과 마음이 시리다. 감독은 자신이 새가족과 함께 지냈던 그 여름날을 이렇게 완성했다. 영화는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데뷔작품상과 제너레이션 K플러스 대상을 받았다.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