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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어 왜냐면 말야

[우리 동네 소셜 방송] (2) 삼촌의 믹스테이프
특별한 추억·경험 담긴 내 노래목록 소개하고 공감 나누는 공개 방송
창원지역 예술가들 기획, 매회 주인공 바꿔 진행, 다양한 음악·이야기 채워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8월 27일 월요일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

여기 노래가 한 곡 있다. 어릴 적 유행하던 것이어도 좋고, 지금 한창 뜨는 곡이어도 좋다. 자신은 이미 수백 번도 더 들어서 혼자 들으면 이제 그다지 감흥이 없다. 그러다가 편안한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고 치자. 그러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신이 나서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던 경험 말이다. 사람들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에다 공감하는 즐거움이 더해진 덕분일 테다.

오프라인 동네 음악방송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이런 경험을 정기적으로 해보자며 만들어졌다.

오프라인 동네 음악방송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자신의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는 사람이 진행자가 되어 노래와 함께 노래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진은 7월 열린 제3회 삼촌의 믹스테이프./이서후 기자

◇나만의 음악을 공유합니다

믹스테이프는 원래 힙합 음악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유명한 힙합 뮤지션 곡들을 재편집하거나, 개인이 재미로 만든 힙합 앨범 같은 것이다. 이와 별도로 한때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던 믹스테이프는 꽤 낭만적인 개념이다. 바로 개인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거나, CD로 굽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카세트테이프가 음반 시장의 주류던 시절, 워크맨 녹음 기능을 이용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해 본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음반이 하나 만들어진다.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창원 지역 예술가들이 대화 중에 이런 낭만을 기억하고 기획한 것이다.

"운전하면서 자주 듣는 노래도 좋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노래일 수도 있고, 10대 때 자주 들었던 노래여도 상관없어요. 서로 이렇게 자기가 듣는 음악을 들려주면 좋겠다 해서 시작했어요. 이름만 삼촌이지 이모도 괜찮고 브러더, 시스터 다 좋습니다. 그저 평소에 즐겨 들으시던 곡을 소개하는 자리니까요."

제1회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창원시 사파동에서 지난 5월 18일 열렸다. 진행은 공개 방송 형식이다. 자신의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는 사람이 진행자가 되어 노래와 함께 노래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방청객 모집은 인스타그램으로 한다. 모집 인원은 딱 10명. 저작권과 장소, 분위기 모두를 고려한 까닭이다.

이날 믹스테이프 주인공은 창원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박대윤 씨. 홍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고향 격인 창원으로 돌아와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나이트라이딩이라는 활동명으로 첫 정규앨범 <꿈의 도시>를 냈다.

"처음에 섭외됐을 때 내가 듣는 음악을 누가 궁금해 할까 생각했었는데 10명이 다 채워져서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저는 오늘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영향을 받았고, 작업하면서 자주 들었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는 이날 모두 11곡을 준비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들이었다. 예컨대, 그가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네온사인 밤거리 느낌, 익숙한 도심 속에서 느낀 낯선 감정들을 제대로 담은 곡들이다.

"삼촌의 믹스테이프니까 김건모 3집 이런 걸 할까 했는데요. 아무거나 하면 된다고 하시고, 아마 제 앨범 듣고 오신 분들이 많을 거 같아서 앨범 작업 하면서 많이 들었던 걸로 했어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청중의 반응은 좋았다. 이날 참석한 김나리(34·창원시) 씨의 이야기다.

"삼촌의 믹스테이프라고 하면 어렸을 때 테이프 사서 듣던 음악을 자연스럽게 생각했거든요. 80, 90년대 유행하던 대중가요를 많이 듣겠구나 싶었죠. 그래도 오늘 대윤 씨 덕분에 새로운 음악을 많이 알게 됐어요."

◇나만의 추억도 함께합니다

믹스테이프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는 욕구는 6월 24일 한 카페에서 진행한 2회 때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이때는 창원에서 뮤지션이자 문화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승철 씨가 진행했다. 콘셉트는 '아재의 비밀노래 일기'다. 그는 조그만 노래 일기장을 직접 만들어와서 청중들에게 전달했다. 일기는 1, 2편으로 나눠 청중이 일기장을 펼쳤을 때 거기에 적힌 노래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인생 노래들이 있잖아요. 어떤 상황이 되면 무조건 떠오르는 노래들. 제 인생의 그런 노래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도 있지만, 이런 노래를 들어왔고 이런 음악이 내 음악에 영향을 줬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이날 그가 소개한 노래 중 2007년에 나온 아이돌 걸그룹 원더걸스의 '텔미'를 살펴보자. "이 곡은 우리나라 음악사에서 아주 전환점이 되는 곡인데요. 지금이야 복고풍이 보편적인 것이 됐지만, 대중가요에 처음 이 개념을 던져 넣었던 곡이 아닌가 해요. 이 노래를 처음 들을 때 충격적이었죠. 그전에 있던 대중가요와 달랐으니까요. 당시 3시간 동안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7월 29일 제3회, 이달 26일 제4회 이렇게 매달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번 청중은 10명 남짓. 진행자가 아니더라도 음악 앱에 저장된 리스트 형식으로 저마다 믹스테이프 하나씩은 만들어두고 있었다. 매번 행사가 끝나고 간단한 뒤풀이가 진행되면 이들 리스트가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그래서 청중 중에서 다음 진행자가 나오기도 한다.

삼촌의 믹스테이프는 반년에 한 번씩은 중간 결산 형식으로 규모가 더 큰 공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때는 음향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섭외할 계획이다. 그러면 참여 인원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삼촌의 믹스테이프(@unclemixtape)를 폴로어 하면 된다. 매달 날짜와 장소 공지가 이뤄진다. 모집 인원은 10명 선착순이지만, 장소에 따라 유동적이다. 참가비는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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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