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행 음악당' 변경설 파다
예술계 중심 반발 여론 커져
"지역 문화공간 확충 더 시급"

오는 11월 준공을 앞둔 양산 복합문화타운을 '엄정행 음악관'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문화예술계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산시는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과 시민 문화욕구를 충족한다는 취지에 따라 신기동 652-14번지 3371㎡ 터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사업비 64억 9000만 원을 들여 복합문화타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문화타운은 250석 규모 공연장과 상설 전시장·카페테리아 등을 계획하고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시는 양산천에 '영남 7루' 가운데 하나인 쌍벽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합문화타운을 마련해 '문화도시 양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일권 시장 당선 이후 이곳을 한국 가곡을 대표하는 양산 출신 성악가 엄정행 전 경희대 교수의 이름을 딴 음악당으로 시설 변경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논란이 커진 것.

논란의 시작은 최근 김 시장 당선을 축하하려고 방문한 엄 교수 일행이 복합문화타운에 엄정행 성악연구소 사무실과 자료실, 연구소 소속 연우여성합창단 연습 공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문제는 생존 인물에 대한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세금을 들여 지은 공공시설이 개인시설로 성격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특히 공연장 외 상설 전시장을 마련했던 복합문화타운을 시설 변경할 때 전시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시예술 분야의 반발이 더 크다.

현재 지역 내 상설 전시공간은 문화예술회관 1곳에 불과한 데다 환경이 열악해 이 분야 예술인들은 복합문화타운 건립을 기대해왔다.

또한, '목련화',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 가곡 대중화에 힘써온 엄 교수가 양산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지역에서는 두드러진 활동이 없었다는 부정적 평가도 그의 이름을 딴 공공시설에 지역문화계가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개인적 욕심이 아니라 50여 년간 모은 악기와 악보 등 음악 관련 자료를 시민과 후학에게 돌려주려는 바람"이라며 "사업 시작 당시 엄정행 음악당으로 출발해 이 공간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시와 함께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복합문화타운은 계획 단계부터 위치와 시설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터가 좁아 250석 규모 공연장에 어울리지 않는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음악당 변경을 포함해 시설 활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11월 준공 전 활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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