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단 후 연장 시도, 해양환경공단 통영 공청회
어민 "국토부 없이 형식적"

국토교통부가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를 다시 시작하려 하자 통영·거제·남해·부산·울산·사천·창원 등 어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어민들은 10일 오후 1시 통영시 평림항 물양장에서 모래 채취 반대 결의대회를 연 다음, 오후 2시 해양환경공단이 주최한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5차) 해역이용영향평가 공청회'에 참석했다.

공청회는 가까스로 파행을 면하는 정도였다. 어민들은 이 자리에서 모래 채취를 재개하려는 데 대해 "국토부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따졌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끝내 공청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공청회는 브리핑 형식의 사업 설명으로 시작했다. 10여 분 녹음으로 된 설명이 이어지자 어민들은 "질의응답을 하게 해달라" "불을 켜라"며 고함쳤다.

10일 통영 등 남해안 어민들이 정부의 남해EEZ 모래 채취 추진 공청회에 참가해 의견을 듣고 있다. /허동정 기자

한 어민은 "통영에 시민회관과 통영시 강당 등 넓은 공간도 많은데 위치도 그렇고 이 좁은 공간에서 공청회를 왜 하냐"고 항의했다. 실상 어민 500명 정도가 참석한 공청회에는 절반 이상이 일어서거나 들어오지를 않았고, 장소는 시내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어 어민들은 "국토부 관계자가 나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통영어업피해대책위 박태곤 위원장은 "통영지역 수산인들은 모래 채취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우리는 모래 채취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부에 질의하고자 한다. 왜 국토부는 떳떳하게 공청회에 나타나지 않나. 국토부 직원들이 어제 혈세로 통영 호텔에서 1박을 한 것으로 안다. 공청회 장소를 왜 이렇게 좁은 곳에 잡았나. 해역이용환경영향평가를 2개월 만에 짜깁기를 했다. 국토부에 할 질문인데 여기에 참석한 분들은 답할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사회는 안양대 박경수 교수가 맡았고 패널로는 김우수 경상대 교수, 해역이용영향평가를 한 업체, 해양환경관리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 어민은 "공청회는 모래 채취를 위한 요식행위다. 결국 정부는 모래를 파내게 된다"고 예상했다.

앞서 결의대회에서 어민들은 "국토부는 EEZ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절차를 중단하고 훼손된 해저를 원상복구 할 것"을 요구하면서 "10년간 골재채취업자들 앵무새 노릇을 충실히 한 용역업체는 바닷모래 채취로 말미암은 영향이 미미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영어업피해대책위 박태곤 위원장이 공청회에 참가한 패널 말고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나와 답변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허동정 기자

어민들이 반발하는 모래 채취 현장은 통영시 욕지도 남쪽 50㎞ 지점 EEZ 해역이다. 이곳은 멸치와 고등어, 바닷장어 등 한국인이 많이 먹는 어류의 중요 서식장이자 산란장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0년 초 동북아시아의 허브 물류기지를 만든다며 부산신항 건설 등을 위해 EEZ 모래 채취를 허가한 다음 민간 건설업자를 위한 모래 공급으로까지 확대했다.

2008년 이후 정부가 2년마다 4차례에 걸쳐 채취 허가를 연장했고, 지난해 1월 중단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연내 채취 재개 추진을 목표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5차)과 관련한 해역이용 영향평가서(초안)'를 공고했다.

공고 주 내용은 4차 허가가 지난해 2월 끝났기 때문에 기간을 2020년 8월까지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총 채취 계획량은 1070만㎥로 63빌딩 16개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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