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기관 정치 중립 이유, 피해 있어도 제재 소극적
명확한 단속 규정 필요해

유세차량이 막무가내로 인도를 가로막는 고질병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인도를 막아도 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과 자치단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결국 질서있는 선거문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도지사·교육감,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 선거 등이 동시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유세차량이 수천 대에 이른다. 창원시에 연설·대담을 위해 표지 교부를 신청한 선거유세차량만 218대(1일 기준)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에는 도내에서 102대가 선거유세를 했었다.

각 후보와 정당은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 애쓴다. 출퇴근 시간이 되면 주로 시야가 넓고 신호에 따라 차량이 멈춰서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삼거리, 사거리, 광장에서 유세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창원에서는 마산역 앞, 월영광장, 도계광장, 명곡로터리 등이 해당한다. 기초·광역의원은 지역구 아파트 입구 등 골목골목까지 유세차량을 동원한다.

인도나 안전지대에 주정차한 선거유세차량은 명백한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떤 차량이든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에 주정차를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는 연설·대담을 위해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불법주정차에 대한 면죄부를 주진 않았다.

김석이(58·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공직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준법 의식이 엉망인 것 같다"며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이 없다하고, 구청은 선관위에 질의해 답을 기다리고 있다 한다. 선거 때마다 시민이 왜 이렇게 불편해야 하냐"고 지적했다.

경찰과 자치단체는 단속에 소극적이다.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 특정 정당만 단속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단속할 경우 정치탄압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계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직선거법에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주차단속 공무원은 "지난해 대선 때 각종 사고로 논란이 되기도 했고, 안전지대나 인도 위에 주차한 선거유세차량을 계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형평성 문제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선거활동 보장을 우선하고 있다. 한 지역선관위 관계자는 "법상 차량 동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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