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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80%가 국세로 '돈줄 쥔 중앙정부'

이제는 분권이다 (15) 자치재정권(상)
재정문제가 지방분권 핵심, 자치재정권 보장 어려워
지방 재정자립도 하락세…20년 동안 약 20% 떨어져
국세와 지방세 비중 여전, 지방교부세율 '제자리걸음'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8년 04월 23일 월요일

"지금 나라 안팎을 봐라. 천하대란의 시대 아니냐. 나라 안은 정치대란, 사회대란, 경제대란을 겪고 있다. 나라 밖을 보자. 북한은 핵 개발로 북핵대란을 일으킬 참이다. 중국과 미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사드대란을 겪었다. 나라 안팎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런데 무슨 지방분권, 지방자치냐? 강력한 중앙집권으로 맞서야 한다."

겉으로나마 '지방분권'을 외치는 이 시대에 이렇게 "강력한 중앙집권"을 외치는 이는 과연 누굴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다. 2016년 11월 경남도지사 재임 때 출입기자들에게 했던 홍 대표의 거침없는 언사다.

그런 그도 지방분권이 안 되는 이유로 열악한 지방재정 문제를 꼽은 적이 있다. 같은 해 7월 25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출범식 자리였다.

"가장 어려운 게 지방재정이다. 돈줄의 80%(전체 세금 중 국세가 80%, 지방세 20%)를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해마다 9월이면 지자체가 국회에서 예산전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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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앙에 돈줄을 풀라고 하는 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시어머니에게 며느리가 곳간 열쇠를 달라고 하는 거다 같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비유한 대목은 명쾌했다.

하지만 "지방재정이나 조직이나 결국 헌법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에 극구 반대하는 작금의 자유한국당 태도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나 아연해질 뿐이다.

"결국, 돈 때문에 슬슬 긴다. 시·도는 정부에, 시·군은 도에 꼼짝 못한다. 조금만 밉보이면 보조금이고 교부금이고 다 날아간다."

일선 공무원의 푸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한다.

지방자치 부활 다음해인 1992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평균이 69.6%였으나 2016년 재정자립도는 50.56%였다. 이유가 뭘까.

밀양시장으로 8년을 일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밀양은 재정자립도가 20%도 안 된다. 지출 대비 수입 비중이 20%도 안 된다는 뜻이다. 창원이나 김해, 양산, 함안 정도를 제외하면 도내 시·군이 모두 10% 안팎이다"며 실태를 전했다.

그러면 도내 시·군은 어떻게 재정을 운용할까.

"나머지 90%를 정부가 지방교부세로 메워 준다. 이렇게 90%를 정부가 쥐고 있는데 무슨 지방자치가 되겠나?"

엄 의원의 긴박한 말투에서 자치재정권의 가치가 전해진다.

이쯤, 자치재정권의 사전적 해석을 찾았다.

"자치재정권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에서 수입과 지출을 국가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기 책임 하에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다."

"자치재정권 중 자치수입권은 지자체가 법령의 범위에서 허용된 수입원으로부터 수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지방세·분담금 등의 공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 권한이다. 자치지출권은 지자체가 재정 수단을 예산의 범위에서 업무 수행을 위해 지출·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극히 교과서적인데, 앞서 행정현장에서 전달된 말보다는 확실히 생동감이 떨어진다.

문제는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지방 재정자립도는 1992년 69.6%에서 2015년 50.56%로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재정규모 대비 국세에 편중된 세수 구조다.

전 국민이 내는 세금의 80%를 정부가 국세로 쥐고 놓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방세 명목의 지방 세수는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는 재원은 이양하지 않고 집행 기능만 지방으로 넘긴다. 정부의 일방적 지방세 감면정책으로 그렇지 않아도 20% 범위 내인 지방 세수마저도 감소한다.

지자체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중앙정책 목표 우선의 국고보조사업과 이에 따른 기존 보조율 산정도 원인이다.

남해 고현면 이장부터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경남지사까지 역임한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 대 2의 구조인 반면 재정 지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3 대 47인 구조에 근본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기 13.27%였던 지방교부세율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9.24%까지 인상됐지만 이후 10년 넘게 제자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2010년 20.27%에서 정체돼 있는 점, 지방소비세율도 11%로 여전히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세수 구조는 어떻게 돼 있나.

국세와 지방세 분포는 2013년 79% 대 21%였다가, 2016년 77.5% 대 22.5%로 약간 변화했다. 하지만 8 대 2의 전체 분포는 여전하다.

같은 기간 도세와 시·군세 액수도 변화했다.

2013년 1조 8891억 원이던 도세는 2015년 2조 5837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 지방소비세 세율이 5%에서 11%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시·군세는 같은 기간 1조 7161억 원에서 1조 9514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 지방소득세가 부가세에서 독립세로 전환했다.

국세와 지방세는 흔히 내국세와 관세, 직접세와 간접세, 목적세와 보통세 등의 기준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분류법으로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각각 소비세류, 소득세류, 자산세류, 목적세류 등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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