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은 발언·이념 공세…선거용 '언행'으로 해석돼
'부활-몰락' 전망 엇갈려

근래 정치권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헌법 개정, 남북대화, 제주 4·3 사건 등과 관련한 홍 대표의 수위 높은 이념·정치 공세에 각 정당은 하루가 멀다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8일 논평을 내 "홍 대표가 1심에서 중형 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호위무사 자처가 제정신인가. 대통령 탄핵도 부당하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홍 대표가 6일 박 전 대통령 판결 직후 "1원도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다.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주를 마녀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고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같은 보수 성향의 바른미래당도 홍 대표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김철근 대변인은 6일 "제주 4·3 항쟁을 '좌익 폭동'으로 규정하고 '청와대 주사파가 나라를 파국으로 끌고 간다'고 하는 등 홍 대표가 최근 이념 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의 지겨운 이념 대결이 지방선거용 얄팍한 꼼수임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은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한국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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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경남도민일보DB

김 대변인 말처럼, 홍 대표의 잇단 발언은 '지방선거용'임이 명확하다. 홍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좌파 폭주로 체제 위기에 처해 있다. 안보 위기, 경제 위기에 사회주의 체제 변혁 시도 위기까지 있다"며 "탄핵 대선 때와 달리 보수 우파들의 결집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새롭게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난 한국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전망은 엇갈린다. 홍 대표 전략이 주효해 영남 등에서 한국당이 '예전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하늘을 찌르고 한국당 후보 면면 역시 새로움이 없는 만큼 '몰락하는 보수'의 마지막 몸부림쯤으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의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공천은 국민 눈에 올드보이, 올드보수, 땜질공천 소산으로만 보인다"며 "거대한 민심의 파도 앞에 김 후보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경남도민은 경남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일으킬 비전 있는 김경수(국회의원·김해 을)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은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 김 위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경남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했는데 결과는 0.5%p 차이로 졌다"며 "민주당 지지자는 다 의사표시를 하지만 한국당 지지자는 '잠시 유보' 상태라서 엄청나게 숨겨져 있다. 경남·부산·울산 선거가 쉬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홍 대표 행보는 퇴행적인 헛발질 그 자체지만 의외로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념 전선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금융·부동산, 교육·보육 등 문재인 정부 일부 사회·경제 정책이 기득권층과 중산층, 특히 자영업층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은 표면적으로 조용하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지나친 개혁은 제어하자,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하자, 혼낼 것은 혼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미투 운동' 등 민생과 거리가 있는 사안이 집중 부각되는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 역시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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