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설창수·천상병의 글
창원지역 예술가 9명 '오마주'
내달 7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창원 성산아트홀 1전시장에서 열리는 전시 '별에게 말을 걸다'는 '지역 예술인 9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창원 예술혼'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창원이 낳은 문학인 김달진(1907~1989)·설창수(1912~1998)·천상병(1930~1993)의 작품을 지역 작가 9명이 재해석했다.

전시는 김달진 시인의 '샘물'로 시작한다. 이강석(조각), 정동근(회화), 조현판(서예) 작가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라고 끝을 맺는 시처럼 작품은 바다처럼 넓은 샘물의 생명력에 주목했다. 이는 어머니의 가슴이다. 조현판 작가가 쓴 시 주위에 볼록한 여러 조각이 놓여 있다. 가운데 물방울도 작게 맺혔다.

이강석 작가는 "우주 삼라만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샘물은 여인의 가슴이다. 가슴의 형상을 참선하는 사람의 형상 또는 산의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달진 시인의 '샘물' 모습. 이강석, 정동근, 조현판 작가가 참여했다. /이미지 기자

이와 함께 정동근 작가의 몽돌밭 그림은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라고 노래한 김달진 시인처럼 보인다.

다음은 설창수 시인의 '고향의 산'이다. 곽봉련(서예), 천원식(조각), 최대식(회화) 작가는 설 시인이 못 잊은 '천주산'을 모티브로 삼아 조형화했다.

근원적인 자연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천원식 작가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빚은 커다란 나무를 세우고, 최대식 작가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캔버스를 산 모양으로 만들어 천주산의 사계를 담았다.

전시의 마지막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김학일(회화), 박영선(조각), 한동조(서예) 작가가 영감을 받았다. 이들 작품은 직접적이지 않다.

김학일 작가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읊는 시의 시작을 영원으로 이미지화했다. 전시장에 매달린 커다란 종이는 시와 삶을 잇는 다리처럼, 수묵화 본질의 비움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태도를 빗댔다.

박영선 작가는 인생을 소풍이라고 말한 시인의 뜻을 형상화해 관람객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작은 배를 만들었고, 한동조 작가도 은하수 무지개 위로 걸어가는 아이들을 통해 시인이 바랐던 세계를 표현했다. 그림 속 새는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항상 자유를 갈망한 시인이다.

박영선 작가는 "시인의 삶, 사상, 생각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작품보다 시인한테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 부분으로 나눈 전시는 집중력을 요한다. 가볍게 지나치면 시인의 노래도 작가의 의도도 놓치기 쉽다.

또 이미 하나의 작품으로 각인된 시를 시각예술로 표현해내는 창작의 어려움도 전해진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문의 055-719-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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