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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입법권 주면 연방국가와 같다고?"

[이제는 분권이다] (12) 문제의 자치입법권
지방분권 '규범 정립권' 해당, 입법 가능 분야 명시 없이
법률 범위 내로 가두어, 시민운동단체 '허울 뿐'지적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8년 04월 02일 월요일

대통령 개헌안 중 지방분권 분야 이슈는 '자치입법권'이었다. 지방분권의 여러 요소 중, 자치입법의 가치를 가감없이 보여준 계기였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발의 직후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은 "지방분권에서 입법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이라면 행정권이나 사법권은 합쳐도 20에 불과하다. 개헌안에는 국가와 지방 간 입법권 배분을 법률에 위임할 뿐 헌법에 규정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법률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국회 권한과 똑같게 해달라는 요구는 대한민국 민주화 원리에 맞지 않다. 각 지역에서 만든 조례나 자치법률이 전국적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이 만든 법률과 같거나 우위에 있다면 연방공화국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자치입법권 논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 수석은 대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아봤다.

뭐가 문제가 됐나?

민주주의 본질은 구성원의 자기결정 원리이다. 그 결정권의 핵심 중 핵심은 규범 정립권이다. 쉽게 말해 구성원이 지켜야 할 규범을 구성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입법을 좁은 의미의 자치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을 주는 것은 자기 지역에 관해 스스로 규범을 정하게 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을 제정하는 자와 법을 지켜야 하는 자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규범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자치입법에는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와 자치단체장이 제정하는 '규칙'이 있다. 법률을 만들 수는 없다. 지금 한국에서 법률은 국회의원만이 만들 수 있다. 지자체가 만드는 조례와 규칙도 현행 헌법에서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기능하도록 한계를 정했다.

하승수 국민헌법자문위 부위원장. /이일균 기자

대통령 개헌안은 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를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바꿨다. 법률 외에 지자체의 조례와 규칙을 단속하던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부령(각 행정부처령) 등 시행령의 제약을 풀었다.

시민운동단체인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은 이를 '허울'로 봤다. 법률에서 광범위하고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위임하게 되면 지금처럼 여전히 법령에 종속적인 조례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지방자치법 제22조가 정한 단서, 즉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개헌안 속에 포함한 점을 들어 오히려 개악이라고 몰아붙였다. 제한적이나마 지자체의 입법권을 정해야 할 헌법이 이는 외면하고, 부분적으로 필요한 주민 권리제한·의무부과 범위를 오히려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청와대 입장은 다르다. "법령과 법률의 범위는 엄연히 다르다. 법령에는 시행령까지 포함된다. 국회가 아닌 각 행정부처에서 만든 영까지 지자체의 조례와 규칙을 제한해왔지만, 이 족쇄가 풀리면서 행정입법은 가능해졌다. 지금은 행정부처 부령의 범위를 벗어나 예규, 훈령, 고시, 일일명령, 편람까지 지자체 조례를 제약할 수 있다."

쟁점을 압축하면 이렇다.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바꾸는 것이 자치입법권의 발전인가 아닌가?, 이미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있는 주민 권리제한·의무부과 단서규정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국 수석이 "국회와 같은 법률 제정권을 지방정부에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표현할 만큼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 요구 정도가 큰가?

이번 개헌안을 기초한 국민헌법자문위 하승수 부위원장과 박재율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대변인 인터뷰를 통해 쟁점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박재율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대변인. /박재율

쟁점 직격 인터뷰

-자치입법권에 대해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를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바꾼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하승수 부위원장 = 자문위는 2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입법권을 묶고, 주민의 권리제한·의무부과를 조례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형벌은 법률 위임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해, 행정처분과 과태료 처분 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2안이 주민 권리제한·의무부과는 법률의 위임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2안을 채택했다.

박재율 대변인 = 우리 요구는 지방에 자치법률 제정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헌법에 도시계획, 부동산, 지방세 등 그 범위를 한정하자는 것이었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처럼 모든 분야의 자치입법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법률 위임이 있을 때 지방정부의 주민 권리제한, 의무부과가 가능하다'는 단서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이유는 뭔가?

하승수 부위원장 = 말씀드린대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내용의 2안의 내용이 그렇다. 저 자신도 1안이 개인적 의견이었다. 아쉽다.

박재율 대변인 = 단서조항은 없어야 한다. 이를 두면 결국 수직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부분적 법률 제정권도 주지 않았고, 헌법에 단서조항까지 확대한 것은 개악에 가깝다. 명백한 후퇴다.

-조국 수석이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국회 권한과 똑같게 해달라는 요구는 대한민국 민주화 원리에 맞지 않다"고 했는데, 국회와 똑같은 입법권을 지방정부에 달라고 한 적이 있나?

하승수 부위원장 = 그렇지 않다. 아마 조국 수석이 자치법률, 자치입법권 용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한다. 원래 지방정부에 자치법률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입장인 것 같다. 지나치게 우려한 게 아닌가 한다. 원론적인 자치입법권 보장에 대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헌법학자들도 현실적 방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재율 대변인 = 정부가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사실상 지방정부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지방자치단체보다 국회의 부정이 오히려 크지 않으냐. 지방정부 법률까지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고, 그게 모든 자치권의 기본이다. 자치법률을 모두 하자는 게 아니다. 헌법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자는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자치입법권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나?

하승수 부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는 잘했다고 본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 개헌논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각 정당이 당론을 내놓고 있지 않은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방분권, 성평등 분야 특히 불만 많이 나온다. 국회 논의에 초점을 맞추어주었으면 한다. 자유한국당 외에는 아직까지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6월 개헌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박재율 대변인 = 국회가 가진 명백한 한계가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자치입법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 이상은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 이미 제출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안이 있다. 그 내용은 전향적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나마 기대를 해볼 만한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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