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둘러싼 갈등관계
현대인 소유욕 고찰

경남 연극인들의 대표 축제 제36회 경남연극제가 다음 달 4일에서 15일까지 진주에서 열린다. 도내 각 지역 13개 극단이 참여해 경연 형식으로 치르는 이번 연극제는 여느 해보다 창작 작품이 많아 올해 슬로건 그대로 '연극만찬(演劇晩餐)'이 되겠다.

공연은 진주 지역 내 현장아트홀·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기념관 아트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400석 한정) 세 곳에서 매일 펼쳐진다. 관객들이 더 자세히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도록 출품작별 내용과 연출 의도를 미리 살펴본다.

입장권은 매회 1만 원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전화(055-746-7413)로 구입할 수 있다. 23일까지 예매하면 이벤트 기간 50% 할인으로 5000원이다.

◇<처녀 뱃사공>(함안 극단 아시랑, 연출 손민규) = 13일 오후 7시 30분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 박현형 김수현 조민령 유재성 조주현 차영우 유재성 박재용 강행량 임선미 유재성 출연.

<처녀 뱃사공>은 '낙동강 강바람이'로 시작하는 동명의 옛 애창가요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1953년 당시 대중예술가 윤부길이 이끄는 부길부길 유랑극단이 함안 공연을 마치고 지금 법수면과 대산면을 잇는 악양나루터에서 배를 탄다. 그때 전사한 오빠 대신 노를 젓던 처녀 뱃사공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다.

극단 아시랑은 이 이야기를 그대로 연극에 담았다.

손민규 연출가는 "노랫말로만 한 편의 연극을 만들기에는 부족해 한국전쟁 후 밀려든 미국 대중문화에 밀려버린 가무악극 형식을 도입하고 1950년대 악극단과 예인들의 가난하고 고단했던 삶을 가미해 연극을 만들었다"고 했다.

극단 아시랑 <처녀 뱃사공>.

◇<창밖의 여자>(창원 극단 나비,연출 김동원) = 14일 오후 2시 경남과기대 아트홀. 안정민 김혜영 출연.

<창밖의 여자>는 결혼 생활이 전부인 유정과 결혼 생활을 거부한 민영,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두 여자는 서로 마주 보는 집 창문을 통해 처음 만난다. 연극은 이 창문을 매개로 삶의 방식이 다른 두 여자가 만들어 가는 관계를 다룬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삶에 대한 허상과 욕망을 드러낸다.

김동원 연출가는 "연극을 통해 관객 또한 무대라는 '창'으로 두 여성의 허상과 진상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에 반추해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극단 나비 <창밖의 여자>.

◇<의자는 잘못 없다>(극단 양산, 연출 송진경) = 14일 오후 7시 30분 현장아트홀. 송진경 박창화 우명희 김지희 출연.

<의자는 잘못 없다>는 소유에 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한 남자가 갖고 싶어 하는 의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길을 가던 남자가 가구점에 있는 의자를 보고 반한다. 연극은 이 의자를 중심으로 가구점 주인과 그의 딸, 의자를 사고 싶은 남자와 그의 아내가 갈등을 겪고 고뇌하는 내용이다.

크게 볼 때 연극은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지기 싫어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송진경 연출가는 "의자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욕망 덩어리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극단 양산 <의자는 잘못 없다>.

◇<비극적, 비극>(진해 극단 고도, 연출 유철, 17세 이상 관람가) = 15일 오후 4시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 차영우 이선무 최윤정 이은경 김수희 박동영 김령현 이지훈 김미화 김경제 박하은 이기곤 출연.

<비극적, 비극>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 인격장애)가 있는 한 배우가 주인공이다. 배우는 현재 자신이 왜 장애가 생겼는지, 진짜 자신은 누구인지를 알고자 병의 원인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개인의 망각이 타인의 현실을 비극으로 몰고 가거나, 역사의 망각이 또다시 비극적인 역사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철 연출가는 "관객들이 비극보다 더한 비극적인 상황이 왜 일어나는지 성찰하고, 또 비극보다 더한 비극을 통해 위안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끝>

극단 고도 <비극적, 비극>. /경남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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