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야 놀자]
선호빈 감독, 아내 김진영 주연
실제 고부갈등 생생하게 담아

'하…, 이게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가슴이 더 답답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는 우리 사회 전형적인 고부(姑婦)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4년 동안 이어진 선호빈 감독 본인과 아내 김진영 씨, 시어머니 조경숙 씨 사이의 불화를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 그래서 생생하다. 생생해서 더 답답하다.

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 분위기는 뜻밖에 화사하다. 아마도 감독의 아내이자 며느리 김진영 씨가 밝고 화사한 사람이기 때문일 거다.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성이다. 신혼 시절을 보여주는 영상에서 며느리는 시부모님을 '좋은 분들'이라고 말한다. 그런 며느리는 왜 시어머니랑 사이가 틀어졌을까. 어떻게 해서 몇 년 동안 왕래를 끊을 정도까지 됐을까.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동생에게 반말하는 게 마뜩잖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매번 굳이 자신이 입힌 아이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히는 게 싫다.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의 행동이 '불의'다.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되바라지다.

고부갈등은 그대로 부부 갈등으로 이어진다. 영화 중간 부부가 오열하며 심각하게 싸우는 부분에서는 무거운 마음을 둘 데가 없었다.

"결혼하기 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사소한 일 정도는 무시하고 살았어.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해!"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남편은 더 없이 무력하다.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이 된다. 감독이 자신을 고래 싸움 등 터지는 새우로 비유하는 이유다.

며느리도 알고 있다. 사실 고부갈등은 시어머니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다. 이 싸움에 등장인물은 4명(시아버지, 남편, 시어머니, 며느리)이다. 식사 준비를 한다고 치자. 4명이 다 손발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여성인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이걸 해야 하니 안 하느니 하고 싸우는 형국이라고 며느리는 설명한다.

갈등의 결정적인 단서는 시댁 고모 인터뷰 내용 중에 나온다. "며느리는 집안에서 제일 말단이야. 며느리는 하인이야."

포스터.

며느리 김진영 씨가 불의에 맞서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이 싸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라.

영화가 끝난 후 마침 객석에서 한 모자(母子)를 만났다. 어머니 이효남(72·창원시) 씨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물었다.

"우리 세대들은 아마 며느리가 도저히 이해 안 된다고 하겠던데요. 저는 사실 반반이에요. 뒤집어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데, 시어머니만 옳다고 할 수 없고, 며느리를 또 100% 찬성한다고 할 수 없어요."

아들 조봉진(42·창원시) 씨 이야기도 들었다.

"초반에는 확실히 며느리가 좀 '똘끼'가 있고 자유분방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고모들이 며느리는 하인이라고 한 인터뷰 이후에는 아, 저런 생각부터가 시작이구나 싶었죠. 결국, 이건 시어머니와 며느리 둘의 문제가 아닌 거예요."

아쉽게도 경남에서 를 볼 수 있는 곳은 창원시 창동예술촌에 있는 씨네아트 리좀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진주점 두 곳뿐이다. 특히 리좀은 관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영화를 유치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배급사에서 배송료가 많이 들고, 관객이 많이 안 올 것 같아, 경상도는 포항까지만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도 리좀에서 창원 지역에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다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자 배급사에서 배송료를 부담해 개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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