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머문 자리삶이 핀 공간

"유독 통영에서만…." 수소문하러 가는 길, 우리는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통영에서 특정한 시기에 많은 문화예술인이 활동했을까'라는 물음표는 도돌이표가 되었습니다. 굴곡진 해안, 뭍에서부터 섬까지 넉넉한 자원, 돈이 꽤 돌았던 곳, 빨랐던 근대 신문물 유입 등으로 나름 퍼즐을 맞췄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예인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번 수소문은 '통영의 문학'이 중심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박경리(1926~2008)를 시작으로 유치환(1908~1967), 김춘수(1922~2004)가 걸었던 길을 따라갔습니다. '마을이 문학이다'라고 명명한 서피랑 계단을 올랐고 청마 유치환거리와 초정 김상옥거리를 짚었습니다. 통영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념관과 거리를 묶었습니다. 작은 책방도 지나칠 수 없지요. 충렬사 맞은편 100년 된 한옥에 자리를 잡은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잠시 휴식기를 갖는 '고양이쌤책방', 날로 번창하는 '봄날의책방'을 들여다봤습니다. 문학은 현실의 모든 대상 하나하나가 미지의 세계가 됩니다. 2018년, 현실의 자신과 마주앉아볼까요? 스스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똑바로 보라는 박경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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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충렬4길 33-5)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 된 하동집이 100년의 시간을 품고 한옥 독채 스테이 '잊음'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단한 일상과 상그러운 생각들을 비우기 위한 공간 '잊음'에 작은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채워졌다. 단순히 숙박만 할 수 있던 곳에 '문화 공간'으로서 색깔이 덧입혀진 것. 통영의 문화를 담은 책, 문학, 그림책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계절마다 바뀌는 고즈넉한 앞뜰 정원은 운치를 더한다. 오직 책을 판매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시간,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과 경험을 전한다.

문화 공간 '잊음'에 채워진 작은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문화 공간 '잊음'에 채워진 작은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문화 공간 '잊음'에 채워진 작은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6) 청마문학관(망일1길 82)

근대 시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이자 교육자인 청마는 '깃발', '바위', '그리움', '행복' 등의 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유명한 시의 구절을 남기며 문단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청마문학관은 유치환의 문학 정신을 보존,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망일봉 기슭에 생가와 함께 복원해 문을 열었다. 청마의 생애와 문학, 발자취 3개 주제관으로 나눠 유품, 문학 자료, 시집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만의 예술적 언어와 삶을 만날 수 있다.

청마문학관. 유치환만의 언어와 삶을 만날 수 있다.
청마문학관. 유치환만의 언어와 삶을 만날 수 있다.
청마문학관. 유치환만의 언어와 삶을 만날 수 있다.

(7) 김춘수유품전시관(해평5길 142-16)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후략)'. ('꽃' 중에서)

꽃의 시인이라 불리는 김춘수(1992~2004).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이들 중 한 명인 그는 관념과 사상을 배제한 '무의미 시'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5공화국 시절 국회의원을 지내며, 군사정권에 협조했다는 점에서 그 순수성이 폄훼 받기도 했다. 유품전시관은 통영 봉평동 옛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건물 4층을 리모델링했다. 육필원고, 액자, 사진을 비롯해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옷가지 등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김춘수유품전시관. 육필원고, 옷가지 등이 전시돼 있다.김춘수유품전시관. 육필원고, 옷가지 등이 전시돼 있다.
김춘수유품전시관. 육필원고, 옷가지 등이 전시돼 있다.
김춘수유품전시관. 육필원고, 옷가지 등이 전시돼 있다.

(11) 박경리기념관(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박경리(1926~2008).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 묻힌 박경리에게 고향 통영은 문학적 토양이다. 통영 사람과 풍경, 공간을 많은 작품들 속에 녹였다. 박경리 기념관에서는 그 일생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마주할 수 있다. 대표작 <토지> 친필원고와 등장인물 관계도,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김약국의 딸들> 주요 무대인 안뒤산을 중심으로 한 통영의 옛 모습을 복원한 모형도 눈길을 끈다. '생각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도 배제합니다', '문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등 박경리가 남긴 글의 토막들이 걸음을 붙잡고, 현재의 삶을 쓰윽 돌아보게 한다.

박경리기념관. 일생과 작품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박경리기념관. 일생과 작품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박경리기념관. 일생과 작품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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