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콘텐츠로 자리매김
강연 더하기 예술 색다른 지식 탐구
강연 중간중간 공연 배치
관객, 내용 곱씹으며 사색
작년 3월부터 4차례 '호평'

음식을 그냥 먹는 것과 알고 먹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자기 중심적인 방식이다. 음식을 소비하는 주체의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다. 후자는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행위와 결을 달리한다. 음식에 쓰인 재료를 이해하고, 재료를 가꾸고 요리한 이들의 배려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이다.

알고 먹는 행위는 소비자인 나의 만족감과 더불어 타인과 자연에 공감한다. 알고 먹는 것에는 결국 배움이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 30분 창원문화재단 '인문학 식탐(識探)' 네 번째 공연이 열렸다.

이날 책 <꿈꾸는 다락방>을 쓴 작가 이지성이 '나눔, 그 의미를 향한 꿈의 인문학(나·의·꿈)'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난 7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인문학 식탐 네 번째 공연이 열렸다. 작가 이지성이 '나눔, 그 의미를 향한 꿈의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창원문화재단

인문학 식탐은 지난해 3월 국악과 시를 접목한 '달콤한 시(詩)LOVE'로 첫선을 보였다. 이어진 '강신주 철학 음악회(강·철·음)' '역사가 심용환의 역사의 시각으로 본 나의 고향(역·시·나)'은 관객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이지성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가 로렌초 데 메디치와 만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어린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가 그에게 철학자 플라톤을 스승으로 섬기길 권한 사례를 통해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과 더불어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운 이들이 철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들어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여는 공연을 맡은 김예나 밴드 모습.

이 작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간으로 지속하려면 철학과 인문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인간다운 삶의 중심에는 '나눔'이 놓여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문학 식탐은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아니다. 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 'TED'나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과 유사하다.

재단은 강연에 예술 콘텐츠를 더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세 부분으로 나눈 강연 틈에 김예나 밴드, 뮤지컬 배우 이건명·박소연, 안무가 이영일·차수정 공연을 배치했다.

안무가 이영일(왼쪽), 차수정이 몸짓을 선보이고 있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플라톤을 만나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관객은 강연을 듣고 이어지는 공연으로 환기하면서 이날 프로그램의 주제를 곱씹는다. 이전까지 단순히 공연을 보기만 했던 관객은 지식을 찾는 관찰자가 된다.

이날 공연에도 많은 관객이 호응하면서 '지식을 찾는다'는 뜻의 인문학 식탐은 이제 창원문화재단 중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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