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충북 상대 준결승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걸 우리가 해냈지 말입니다."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다.

23일 충북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핸드볼 여고부 준준결승전에서 한 수 아래라는 평을 받아온 경남체고가 인천비즈니스고를 상대로 37-34 승리를 챙기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경남체고는 선취점으로 시작해 전반 초반에는 4-1까지 점수차를 벌렸으나 추격을 허용해 4-4 동점까지 몰렸다. 이후 1점 리드와 동점을 되풀이하며 9-9까지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경남체고에 알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14-9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달아난 것. 전반전 내내 4~5점 차 리드를 유지한 끝에 21-16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이 끝나자 응원하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걱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경남체고는 골키퍼가 약한 팀이어서 모든 공격수가 최전방 공격과 최후방 수비를 위해 전력질주를 했으니 후반 들면 체력이 떨어져 역전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핸드볼 경남과 인천의 경기가 23일 충북 청주시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경남체고의 노희경이 인천의 수비를 제치고 스카이슛을 시도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하지만 이런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후반에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8점 차까지 점수를 더 벌려놓기도 했다. 후반전 중반이 넘어가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내 투지를 잃지 않고 코트를 누볐다. 10분여를 남기고 8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조금씩 까먹으며 3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소중한 승리는 내주지 않았다.

이날 승리가 소중한 까닭은 지난해 팀 창단 이후 첫 메달 획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창단하다 보니 현재 팀은 1·2학년으로만 구성돼 있다. 다른 팀은 3학년이 주축인 데 비해 체력적으로나 기량으로나 미완이기는 하다.

더구나 이날 골키퍼를 선 김수현은 핸드볼을 시작한 지 고작 두 달이다. 골키퍼 선방으로 실점을 막으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려운 상태. 더 큰 문제는 만약 김수현이 팀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엔트리 7명을 채우지 못해 대회 출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만약 한 명이라도 다치게 되면 경기를 포기해야 했기에 코트에서 넘어져 허리가 아파도, 숨이 턱에 차올라도 참고 견디며 뛸 수밖에 없었다. 상대팀은 교대 선수가 있어 공격 시에는 골키퍼 대신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고, 힘들어하는 선수가 있으면 수시로 교체해가며 체력적 안배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런 호사는 아예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영화 <우생순>이 오버랩됐다.

경기를 마치고 주장 노희경에게 소감을 물었다.

"교대할 선수도 없어 다치면 안 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창단 후 첫 메달이 눈앞에 놓였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죽기 살기로,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경남체고는 25일 충북 일신여고와 준결승전에서 만나 메달 색깔을 바꾸고자 다시 한 번 투혼을 불태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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