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모음 붙여서 조합·방향 뒤집어 읽기·합치기 등
젊은층·온라인서 확산…"한글파괴-독창성"의견 갈려

"○○이 많이 컸네. 커여워."

창원에 사는 박모(34) 씨는 추석을 앞두고 사촌 동생과 카카오톡으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발견했다. 이어 "띵절음싀 하느라 고생 많겠네~ 롬곡롬곡"이라는 메시지를 읽고 나서는 도저히 독해를 할 수 없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커여워'는 귀여워, '띵절'은 명절, '음싀'은 음식, '롬곡롬곡'은 눈물눈물.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표현하는 '야민정음'이 유행하고 있다.

야민정음은 2014년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시작됐는데 '훈민정음'과 합성한 단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쓰면서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려 하면서 '박ㄹ혜(박근혜)', '이띵박(이명박)'으로 바꿔 쓰기도 했다. 이러한 표현은 타자수를 줄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비난·조롱하는 어조도 있다.

야민정음은 자음과 모음을 붙여 조합하거나, 방향을 뒤집어 읽거나, 두 글자를 합치기도 한다. 또 한글로 비슷한 한자를 표현해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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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대대장이라는 단어 중 자음 'ㄷ'과 모음 'ㅐ'를 'ㅁ'과 'ㅓ'로 바꾸어 '머'로 쓰고 장은 한자 長(장) 자를 닮은 '튽'으로 바꿔 '머머튽'이라고 쓴다. 글자를 회전하기도 하는데 '방커머튽 으어뚠어뚠'은 뒷 단어를 왼쪽으로 90도 회전하면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고, '곤뇽'은 180도 회전하면 육군이다. '꿁밥'은 굴국밥에서 앞 두 글자를 합쳐 만든 단어다. 이 밖에 윾재석(유재석), 세종머앟(세종대왕), 팡주(광주) 등도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을 타고 점점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우리말 가꾸기 시민단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5월 10대부터 50대까지 2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야민정음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46.1%(111명), 긍정적 반응은 19%(46명)로 조사됐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고 답한 이는 34.8%(84명)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문자 생활에서 재미를 추구' 한다는 답변이 52.9%로 가장 높았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신조어'가 40.2%, '한글 파괴'가 36.2%로 조사됐다.

학계에서는 야민정음에 대해 '한글의 독창성'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는 것이 특징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모두 문자화할 수 있다"며 독창성을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으므로 장점이 되기도 하고 또 희화화 등 악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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