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트려 퇴비로' 폐기 분주…4주 간 검사·재검사 시행 통과되어야만 유통 가능

지난 18일 오전 창녕군 유어면에 있는 한 산란계 농장을 찾았다. 전날 이 농장 계란에서 살충제(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됐다. 농장주 ㄱ 씨는 한숨을 쉬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농장에 있던 계란들을 폐기물처리장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남도 경영담당자와 창녕군 가축위생 담당자는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모두 다 폐기처분되는지 점검했다. 이미 유통됐던 계란들도 모두 반품돼 농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살충제 활용 실태 파악해 보니 = 농장주 ㄱ 씨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 약품 회사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진드기 살충제라며 시범적으로 써보라고 권해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까지만 이 살충제를 썼으며, 올해에는 한 번도 살충제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18일 오전 창녕 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폐기 처리되기 전에 쌓여 있는 모습. 경남도 관계자가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창녕군 가축위생담당 관계자는 "농장주가 제약업체와 약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군에서 점검할 상황이 못 된다"고 밝혔다. 또 "농장주가 사설업체에 사용했던 약품 성분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분석 결과가 좋게 나오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재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지원(군비)을 받은 살충제를 쓴 농가는 창녕에 13곳이 있다. 다행히 13곳 모두 살충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창녕군 관계자는 "산란계협회가 사용하기로 결정한 약을 군에서 성분 분석표를 보고 인체 무해 여부를 확인한 후 구입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해 왔다"면서 "원래 진드기 살충제는 닭에 직접 치는 게 아니라 닭을 양계장 밖으로 다 내보내고서 농장 소독용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 폐기 처리만 하면 수습될까 = 도와 군의 '살충제 검출 계란' 대책은 현재로선 약품 수거와 폐기 처리 두 가지다.

군은 이날 군에서 살충제를 지원해준 13개 농가의 약품을 전량 수거했다. 사육 수에 따라 약품 배분량이 달라 농가마다 수거량도 다르다.

도는 군과 함께 비펜트린 기준치를 초과한 ㄱ 씨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 전부를 이날부터 매일 폐기 처리하고 있다. 계란 폐기 방법은 폐기물처리업체에서 계란을 모두 깨트려서 퇴비로 처리하는 형식이다.

도 경영담당 관계자는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을 2주 동안 매일 폐기 처리한다. 2주 후에 다시 검사를 해서 '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 또 2주를 기다렸다가 재검사를 한 뒤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유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농장주에게 들어보니 10일 정도 지나면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없어지고 한 달은 지나야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살충제 검출 계란' 대책은 폐기 처리에만 집중돼 있고 농가 보상 대책이 전무하다. 국비 지원 농가에서 '살충제 검출 계란'이 발생해도 대비책은 없다. ㄱ 씨처럼 개인적으로 약품을 산 농장은 약품 성분 분석도, 농가 구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ㄱ 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12월 살충제를 쓴 후 지금까지 7개월 이상 쓰지 않았는데도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온 점은 좀 더 상세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도내 살충제 검출 산란계 농장 3곳 현황 = 경남도가 파악한 '산란계 농장 살충제 검출 농장 세부 내역'(2017년 8월 17일 현재)을 보면, 도내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산란계 농장은 3곳이다.

창녕(유어면)에 있는 농장은 닭 사육수가 9만 5000마리, 산란수가 6만 4000개이며 난각번호는 '15연암'이다. 하루 계란 생산량은 4만 8000개(창원 1만 7000개, 경산 3만 800개, 창녕 200개 유통), 농장 보관 재고량은 24만 개, 유통 회수량은 9만 77개다.

합천(야로면)에 있는 농장은 닭 사육수 3만 4000마리, 산란수 3만 4000개이고 난각번호는 '15온누리'다. 하루 계란 생산량은 2만 개이며 1곳에만 유통하고 있다. 재고량은 8만 4510개, 유통 회수량은 10만 7670개다.

진주(일반성면)에 있는 농장은 닭 사육수 1만 8000마리, 산란수 5800개이며 난각번호는 '15CYO'다. 하루 생산량은 3000개이며 2곳에 유통 중이다. 재고량은 9000개, 유통 회수량은 2만 2798개다.

경남도 관계자는 "농장 보관 재고량과 유통 회수량을 모두 폐기 처리하고 있다. 살충제 재검사를 해서 적합 판정을 받을 때까지 매일 폐기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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