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40일 만에 되찾은 마을수호신
돈벌이 찾던 다른 마을 주민 조경업자에 100만 원에 넘겨
CCTV 나뭇가지 단서로 추적

150년 이상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토종 향나무가 실종 40여 일만에 마을로 돌아오게 됐다.

26일 마산중부경찰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이명리 시동마을 공동 우물가에 있던 향나무를 훔친 혐의로 ㄱ(51) 씨와 ㄴ(52) 씨를 구속하고, ㄷ(61)·ㄹ(4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여느 때와 같이 마을회관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가던 이상술(83) 할아버지는 허전함을 느꼈다. 한결같이 있던 향나무가 사라진 것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 할아버지는 당시 "우리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있던 향나무다. 수백만 원을 준다해도 마을에서 안 팔던 나무인데 대체 어디로 갔노"라며 아쉬워했다.

인근 마을에 거주 중인 ㄱ 씨와 ㄴ 씨는 이 향나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 현재 충북 제천에 있는 토종 향나무. /마산중부경찰서

ㄱ 씨와 ㄴ 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께 고성의 한 조경업체를 찾아가 비슷하게 생긴 향나무를 보고 가격을 물어보고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충북 제천에서 온 ㄷ·ㄹ 씨는 귀한 야생화를 구하려고 고성 조경업체에 와 있었다. ㄱ·ㄴ 씨는 ㄷ·ㄹ 씨에게 접근해 100만 원만 주면 오래된 향나무를 팔겠다고 제안했다.

ㄱ 씨 등 4명은 이날 해가 저물고 컴컴해지자 시동마을을 찾아가 향나무를 훔쳤다. 20여 가구 사는 작은 동네에서 주민들은 깜깜한 밤에 누가 향나무를 훔쳐가는 줄도 몰랐다. 마을에는 CCTV가 없고, 목격자도 없었다.

경찰은 인근 마을회관 옆 주택에 달린 방범용 CCTV를 찾아내 이틀 꼬박 영상을 들여다봤다. 1t 트럭 짐칸에서 뭔가 흔들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짐칸에서 살짝 삐져나온 나뭇가지가 흔들린 것이다.

경찰은 진전면에서 인근 통영으로 향하는 남해안대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톨게이트, 발산고개 등 사방팔방을 뒤진 끝에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담당 형사는 "향나무가 한평생 같이 살아온 주민들에게 수호신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반드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찾았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이 앞섰지만 예전처럼 마을에서 향나무를 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현재 나무는 충북 제천에 있다.

경찰은 "ㄷ 씨가 나무를 온전히 살린 다음 돌려보내겠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다시 옮겨 오는 과정에서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마을 이상훈(53) 씨는 "경찰이 너무 고생을 많이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돌아오면 좋겠지만 당장은 다시 심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전문가에게 물어서 적당한 장소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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